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2019년, 11월까지 1828편의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했습니다. 1626만 명을 동원해 가장 많은 관객을 선택을 받은 영화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을 비롯해 ‘알라딘’ 등 네 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벌새’(감독 김보라)는 국내외 영화제에서 35관왕에 오르며 호평받았죠.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감독 안소니 루소, 조 루소)으로 마블의 페이즈 3가 막을 내렸고, ‘알라딘’과 ‘겨울왕국 2’ 등 디즈니 영화가 국내 관객들의 지지를 받기도 했습니다.
예상대로 재미있었던 영화도 있었고, 생각 외로 아쉬움이 큰 영화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나에겐 최고였던 영화도 있었고, 상영 도중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영화도 있었죠. 쿠키뉴스 대중문화팀 기자들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에게 ‘2019년 2회차’를 살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다시 볼 영화는 무엇인가요.
△ ‘엑시트’
영화 ‘엑시트’ 만큼 2019년 의외의 흥행 성적을 거둔 영화가 있을까. 작품성으로는 ‘기생충’, 오락성으로는 ‘극한직업’이 있다면, ‘엑시트’는 그 두 가지 모두 평균 이상을 보여주며 관객과 평론가에게 모두 사랑받았다. ‘엑시트’는 구구절절한 설명 대신, 일단 온몸으로 뛰고 부딪히고 올라가는 영화다. 지상에 깔린 유독가스를 피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독특한 설정부터 산악부 출신의 취준생 주인공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구를 이용해 위험을 극복하는 흥미진진한 과정, 그 모습이 드론으로 생중계되는 입체적인 화면 구성까지. ‘엑시트’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촘촘하게 무장한 이상적인 재난 영화다. 가장 보잘것없고 어딜 가든 무시당하는 청춘을 이렇게 웃기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영화도 드물다. 앞으로 재난을 다루는 한국영화들이 ‘엑시트’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준범 기자
△ ‘벌새’
혹자는 말했다. 영화 ‘벌새’의 GV(관객과의 대화)는 일종의 집단 상담 같다고. 격하게 동감한다. ‘벌새’는 성과제일주의와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가 만들어낸 균열과 그 안에서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려 안간힘 쓰던 소녀 은희(박지후)를 통해, 은희와 같은 시간을 경유한 여성 관객들을 위로한다. 대중매체에서 평면적으로 그려지던 중학생 여성이 사실은 얼마나 복잡다단한 존재이고, 자신의 삶을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투쟁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소외와 무관심에 익숙했던 존재들을 주인공으로 호명해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벌새’가 가진 치유의 힘은 강력하다. 그리고 “세상은 참 신기하고도 아름답다”는 영지(김새벽)의 편지는 스크린 바깥까지 울려 퍼지는 희망의 메시지다. ‘벌새’가 더욱 오래, 더욱 열렬히 회자되길 바란다.
이은호 기자
△ ‘알라딘’
총 다섯 번을 관람한 영화이지만, 다시 상영 기간으로 돌아간다면 열 번도 볼 수 있다. 디즈니가 ‘알라딘’을 실사화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우려의 시선이 다수였지만, 베일을 벗은 2019년 ‘알라딘’은 의심과 걱정을 씻는 수작이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장면과 노래를 아름답고 따뜻하게 불러와 많은 이들의 어깨와 마음을 들썩이게 했고,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현재에 어울리도록 변주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머무르는 클래식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클래식이다.
인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