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은 왜 서로 철천지 원수가 되었을까?
#글// 기선완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중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이스라엘과 아랍 세계 간의 갈등이다. 두 번째는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역사적으로 아주 오랜 갈등이며 셋째는 걸프만 인근 보수 왕정 국가들과 이슬람 신정 국가 간의 갈등, 넷째로 중동의 다양한 부족들과 민족들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에서 석유가 나고 중동이 워낙 지정학적 요충지이다 보니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강대국들의 입김이 이 지역에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도 알 필요가 있다.
유대 민족주의 세력이 팔레스타인들을 내쫓고 세운 나라가 이스라엘이다. 당연히 인근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형제들을 도와 이스라엘을 적대시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지원을 업은 이스라엘이 1960, 70년대 아랍 국가들과의 중동전쟁에서 승승장구한 이후로 인근 이집트, 요르단은 이미 친미국가로 돌아섰고 걸프만의 왕정국가들도 석유 패권과 체재 안정을 이유로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중동에서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나라는 이란 뿐이다. 즉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동맹의 가장 큰 위협이다.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는 소수이다. 시아파 무슬림들은 주로 이란, 이라크 그리고 시리아 지역에 거주한다. 시아파 종주국은 이란이며 이란의 호메이니 옹은 1979년 친미 팔레비 왕조를 몰아내고 이슬람 혁명을 완결하였다. 그리고 국가 최고 지도자는 종교 지도자 ‘이맘’이나 현실 정치는 선거를 통하여 정치인들에게 맡기는 독특한 이란 방식의 신정 통치체계를 완성하였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걸프만의 친미 왕정 국가들에게 위협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슬람혁명 이후 이란의 부상을 두려워한 미국의 지원으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전쟁을 일으켜 이란 이라크 전쟁을 8년이나 끌었으나 승리하지 못했다. 이후 상황을 오판하고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은 서방 세력의 연합 공격으로 다시 쿠웨이트를 내주게 된다. 이후 911 테러 사건이 일어나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이 있게 되자 이란은 좌우 인근 국가들이 모두 미국에게 침공을 당해 초강대국 미국에 포위되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끈질긴 대미 항전을 계속하였으며, 이라크에서도 미국의 뜻대로 민주주의가 이식되지 못하고 내부 혼란이 거듭되었다. 결국 이라크의 수니파 잔당과 반미 근본주의 이슬람 세력이 이슬람국가(IS) 수립을 천명하고 내전의 위기에 빠진 시리아 일부와 이라크 북부를 장악하며 크게 세력을 확장하였다.
이라크에선 국가정부를 다수인 시아파가 차지하게 되고 시아파 지역인 남부 이라크 지역은 이란과 친밀한 관계가 회복되었다. 아랍의 봄, 민주화 열풍의 종착지 시리아에선 비극적인 내전이 일어나고 큰 혼란 이후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으로 결국 도로 아사드 정권이 유지되는 것으로 결판이 났다. 이 과정에서 IS 격퇴를 위해 이라크의 친 이란 시아파 민병대가 큰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도 발등의 불인 IS를 격퇴하고자 이를 용인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아라비아 반도를 역으로 포위하는 시아파 초승달 벨트가 떴다. 즉 예멘의 친 이란 후티 반군, 이란,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그리고 이란이 지원하는 반 이스라엘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시리아 내전은 이란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으로 귀결이 되었다.
미국은 셰일 가스의 개발로 중동 석유의 중요성이 현저히 줄었다. 트럼프 정부는 보수적인 백인들과 복음주의 개신교 세력을 기반으로 탄생한 권력이다. 당연히 전통적인 우방 이스라엘과 관계를 더욱 심화하고 공고히 하게 됐다. 이제 중동에 미국-이스라엘에 대놓고 반기를 드는 세력은 이란 밖에 없다.
미국은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52명의 미국인들이 일년이 넘게 444일 간 이란에 인질로 잡혀 있었던 상처가 아직도 깊게 남아 있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때리기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이란을 때릴수록 국내 인기가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 내 미군 기지가 공격을 당하자 미국은 친 이란 시아파 민병대에 보복 공격을 했고 이어서 바그다드 미 대사관이 이라크 시위대에 위협을 받자 그 배후라고 미국이 의심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폭살시켰다. 이란은 분기탱천하여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혁명 이후 이란 이라크 8년 전쟁을 몸으로 막아내어 이란의 종교지도자들을 지킨 전사들로 구성된 최정예 부대이다. 이번에 사망한 사령관은 이란의 전쟁 영웅이었다. 이제 중동 지역은 일촉즉발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언제 어디서 무엇이 도화선이 되어 지역적 분쟁과 큰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른다. 핵전쟁의 위험마저 감지된다. 그리고 중동의 정세는 돌고 돌아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도 불확실한 변수가 더해졌다.
국제법적으로 다른 나라 영토에서 미국이 독자적으로 적나라하게 실행한 정적 제거가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전시도 아닌 상황에서 도발의 음모가 탐지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 정규군 사령관을 살해하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 시절 리비아 벵가지에서 미국 대사를 잃은 비극과 비교되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은 미국 내에서 환호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국내 정치와 미 대선 판도까지 맞물려 복잡한 게임이 펼쳐지게 되었다. 지구촌은 더 위험해졌고 이는 결코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다.
기선완 교수는
1981년 연세의대 입학하여 격동의 80년대를 대학에서 보내고 1987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턴트를 마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이후 건양대학병원 신설 초기부터 10년 간 근무한 후 가톨릭의대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개원에 크게 기여했다.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중독정신의학이 그의 전공 분야이다. 2016년 5월부터 2018년 6월까지 2년 남짓 기간 동안 중동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의료한류의 선봉장으로 활동하다 원대복귀했다. 현재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