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2회면 충분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2’는 첫 방송 다음날인 7일 2회차 방송에서 시청률 18.0%(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해 20%를 넘겼던 지상파 드라마인 SBS ‘열혈사제’와 KBS2 ‘동백꽃 필 무렵’은 18%를 돌파하는 데 각각 5주, 7주의 시간이 필요했다. 드라마 시청 환경의 변화로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시청률을 높이는 최근 흥행 드라마의 공식으로는 ‘낭만닥터 김사부 2’의 인기를 설명할 수 없다.
제목 뒤에 붙은 숫자 ‘2’의 힘이다. 2017년 1월 방송된 SBS ‘낭만닥터 김사부’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27.6%였다. 당시 인기를 고려하면 빠르게 20%에 근접한 시청률 상승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시즌1을 챙겨봤던 시청자 층이 ‘낭만닥터 김사부 2’에 고스란히 합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실제로 시즌2가 첫 방송된 순간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낭만닥터 김사부 2’가 아닌 ‘낭만닥터 김사부 1’이 올라와 있었다. 방송 리뷰 기사에는 새 주연으로 합류한 배우 안효섭, 이성경의 연기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쏟아졌다.
‘낭만닥터 김사부 2’는 시즌제 드라마 성공의 모범 사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방송환경에서 시즌제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시즌1이 크게 성공해야 한다. 올해 시즌2 방송 예정인 ‘비밀의 숲’과 ‘시그널’은 역대 tvN 드라마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다.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 뒤엔 시즌2 제작 가능성 기사가 따라 붙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작진과 주요 배우들이 그대로 다시 뭉쳐야 한다.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SBS ‘미세스 캅 2’와 KBS2 ‘동네변호사 조들호 2’는 주연 배우, 혹은 제작진이 교체되며 시즌1의 색깔을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인식 감독과 강은경 작가가 다시 뭉친 ‘낭만닥터 김사부 2’는 한석규를 필두로 진경, 임원희, 김홍파, 변우민, 김민재, 최진호 등 기존 배우 대부분이 그대로 다시 출연했다. 시즌제 성공작으로 거론되는 ‘검법남녀 2’도 노도철 PD와 민지은 작가를 중심으로 정재영, 정유미, 주진모, 안석환, 송영규, 박준규, 고규필 등 다수의 배우들의 시즌1 분위기를 살려냈다.
작품의 전개 방식과 주제의식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낭만닥터 김사부 2’는 초반부 본원에서 돌담병원으로 오게 된 인물들의 입장에서 풀어나가는 시즌1의 구도를 그대로 재현했다. 시청자 입장에선 시즌1의 추억을 되돌려보는 동시에 진입 장벽이 낮아 빠르게 몰입하는 장점이 있다. tvN ‘응답하라’ 시리즈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주인공의 남편을 찾는 콘셉트를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달라진 점을 찾는 재미도 있었다. ‘검법남녀’와 OCN ‘보이스’, KBS2 ‘추리의 여왕’ 등 명확한 장르적 특징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처음부터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작품들도 있다. 넷플릭스 ‘킹덤’은 시즌1 공개 전부터 시즌2 제작 계획을 밝혔다. JTBC ‘보좌관’은 당초 계획했던 20회 분량을 10회씩 두 시즌 나눠서 촬영했다. tvN ‘아스달 연대기’도 한 편의 드라마를 세 파트로 나눠 방송했다. 극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즌제 드라마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남아 있는 과제도 있다. 아직 시즌1을 뛰어넘는 성공을 보여준 시즌2 드라마가 눈에 띄지 않는 것. 올해 한국 드라마는 시즌제 드라마의 새로운 돌파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