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발견이다. 영화 ‘스파이 지니어스’(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는 102분을 꽉 채워서 지금 시대에 어울리는 메시지를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전달한다. 익숙한 히어로 무비 공식에 맞춰 물 흐르듯 흘러가면서도 인물들을 소홀히 다루지 않는다.
제목처럼 ‘스파이’와 ‘지니어스’의 만남과 성장을 그린 영화다. 정체불명의 로봇손 빌런 킬리언(벤 맨델슨)과 싸우다 누명을 쓰게 된 최고의 ‘스파이’ 랜스(윌 스미스)는 자신이 속한 스파이 에이전시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킬리언을 잡기 위해 랜스는 투명인간 액체를 연구 중인 별종 ‘지니어스’ 월터(톰 홀랜드)를 찾아간다. 이제 막 실험에 성공한 액체를 급하게 마신 랜스는 비둘기로 변한 모습으로 킬리언을 쫓기 시작한다.
랜스와 월터에겐 결점이 하나씩 있다. 랜스는 신뢰의 부재다. 최첨단 무기와 뛰어난 실력을 지녔지만, 상사의 지시에 따르거나 동료와 호흡하지 않고 홀로 싸운다. 누명을 써도 증명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월터는 고집이 있다. 스파이 활동을 위한 무기를 만들라는 회사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무기에 매달린다. 스파이들은 그의 무기를 좋아하지 않고, 결국 회사에서도 쫓겨난다.
독자적인 노선을 걷던 두 사람이 억지로 협업을 하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선한 폭력의 당위성에 대해 질문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한 발씩 좁히는 뻔한 전개 대신 올바름의 무게를 전하는 데 집중한다. 각자의 사정이나 회사의 논리, 착한 사람들을 지키려는 명분도 의미가 있지만, 목적을 추구하는 방식 또한 중요하다는 결론으로 치닫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다는 메시지는 지금 시대의 콘텐츠에 잘 맞는 주제다.
주인공을 새로 변신시키는 건 비장의 무기다. ‘스파이 지니어스’는 비둘기가 된 랜스의 이야기를 꽤 긴 시간 그린다. 실수로 조류가 된 인간이 느끼는 거부감보다 새들의 문화와 특징, 장점을 제시하며 미션을 완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단편 애니메이션 영화 ‘피죤: 임파서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월터가 만든 ‘허그 보호막’, ‘멀티 펜’, ‘반짝이 구름’, ‘라벤더 향 자백 유도제’ 등 독특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장비들의 등장도 다른 애니메이션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아이와 어른 관객을 모두 만족시킬 가능성이 높은 영화다. 대규모 제작비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만날 수 있었던 배우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가 목소리 연기를 맡은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는 완성도다. 22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