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씨년스런 겨울비가 내리고 있는 22일 전주의 한 전통시장.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매장마다 한가득 씩 상품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판매는 커녕 오가는 손님들조차 가뭄에 콩 나듯 하면서 상인들의 마음은 날씨만큼이나 한없이 어둡기만 하다.
침울한 상인들의 표정에 “명절특수를 기대하면서 상품을 많이 들여놨냐”는 질문을 건네기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지난 2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군산 공설시장을 방문해 온누리 상품권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직접 장을 보는 등 해마다 명절 때가 되면 지자체와 경제단체가 전통시장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지만 상징적인 의미일 뿐 상인들의 매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지자체 마다 전통시장을 살린다는 취지로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편의시설로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모래내시장에서 만난 주부 A(전주시 인후동) 씨는 "해마다 이 곳에서 장보기를 하는데, 물건 값도 저렴하고 상인들 인심도 후하다"면서 "재래시장이 더욱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인들보다 참담한 처지에 놓여있는 이들도 있다.
명절 보너스는 커녕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전북지역 4천여개 사업장의 1만810명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체불임금만 545억 원에 달한다.
노동청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명절 보너스는 바라지도 않고 밀린 급여라도 받고 싶다”면서 “지난 추석때에 이어 빚내서 명절을 지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반면 명절을 맞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표정관리를 하는 곳이 있다. 대형마트다.
같은 날 오후 전주의 한 대형마트.
넘쳐나는 고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으며 계산대마다 긴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형마트를 방문한 손님들의 카트에는 선물세트와 차례상을 차리기 위한 제수용품이 가득하다.
전주 롯데백화점 역시 몰려드는 고객들로 반짝 매출을 올리며 불경기와 경기침체를 잊고 있었다.
명절을 앞두고 전통시장 상인들과 임금 체불 노동자들이 죽을 상을 짓고 있는 것과는 달리 대형마트와 백화점만 그야말로 명절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전주=송미경 기자 s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