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연구 소식이 세계 곳곳에서 전해졌다. 그러나 백신 개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했다. 28일 기준 확진자가 확인된 국가는 ▲태국·홍콩 각각 8명 ▲마카오 6명 ▲미국·호주·대만 5명 ▲싱가포르·일본·말레이시아·한국 각각 4명 ▲프랑스 3명 ▲베트남 2명 ▲캐나다·네팔·캄보디아 1명 등으로 총 2801명이다. 중국 내에서 확인된 확진자는 2744명, 가운데 8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국 보건당국과 연구자들은 백신 개발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연합뉴스는 러시아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며 러시아 국영통신 리아노보스티를 인용해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안나 포포바 러시아 소비자권리보호·복지감독청장은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즉각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중국일보를 비롯한 중국 관영매체들도 중국 질병통제센터 쉬원보 소장을 필두로 연구진들이 백신 개발에 들어갔다고 알렸다. 또 최근 미국 보건복지부(NIH) 산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와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파트너십을 맺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백신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론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과(科) 바이러스들의 백신이 나온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두통·인후통·기침을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과(Family Coronaviridae)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 같은 과로 분류되는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일반 감기, 지난 2003년 유행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15년 유행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이 있다. 이들 질병은 모두 현재까지 감염 예방 백신이 없다.
바이러스 변이로 인해 백신이 나와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러스는 유전자의 구조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누어지는데 이중나선구조인 DNA 바이러스는 복제시 변종이 발생활 확률이 낮아 백신 개발이 용이하다. 반면 단일나선 구조인 RNA 바이러스는 복제시 돌연변이가 잦아 백신 개발이 어렵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백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재 유행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개발된 시점에는 이미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 백신이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백신 연구·공급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전염병 백신 개발에는 이른바 ‘시장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백신 개발 역량이 뛰어난 다국적 대형 제약사와 연구소들이 시장성 낮은 전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에 투자를 꺼리는 경향을 말한다. 전염병이 단기간에 자연소멸하면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전염병이 대규모 피해를 내는 지역은 대부분 의료체계가 낙후된 저발전 국가로 기업들은 이들의 의약품 구매력을 낮게 평가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황순봉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개발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는 “RNA 바이러스 백신 개발은 천문학적 연구비와 시간을 소모해도 성공률이 낮고, 성공 사례 자체가 극히 드물다”고 설명했다. 이어 “C형 간염바이러스가 거의 유일하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에이즈(AIDS, 후천성면역결핍증)를 유발하는 HIV바이러스도 RNA 바이러스”라고 덧붙였다.
오히려 황 교수는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에 기대를 걸었다. 그는 “백신 연구는 당장 가시적 성과를 보기 어렵다”며 “감염자의 인체가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도록 호흡기·발열 증상을 조절하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백신은 감염 전, 치료제는 감염 후에 사용되는 약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백신 개발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