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들춰보기] 전설의 아쉬운 귀환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게임 들춰보기] 전설의 아쉬운 귀환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

기사승인 2020-01-31 09:23:00

수많은 팬들을 만들어낸 명작 '워크래프트3'가 17년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막상 돌아온 워크래프트3는 아쉽다.

지난 29일 블리자드는 실시간 전략 게임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를 출시했다. 리포지드는 지난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출시된 '워크래프트3: 혼돈의 지배'와 확장팩 '얼어붙은 왕좌'를 리마스터한 작품이다. 

워크래프트3는 전세계를 강타한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초석과도 같은 작품이다. 주옥같은 캠페인들과 함께 워크래프트 세계관의 주요 캐릭터인 '아서스 메네실'의 몰락, 대족장 '쓰랄'의 탄생, 나이트엘프 수장 '말퓨리온'·'일리단'·'티란데'의 삼각 관계 등 스토리를 탄탄하게 녹여내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18년 블리즈컨에서 리마스터 작품의 공식 타이틀로 리포지드를 공개하면서 수많은 워크래프트 팬들은 열광했다. 특히 블리자드는 리포지드에 대폭 개선된 그래픽과 모델링, 상향된 연출과 밸런스, 인게임 컷신 추가, 그리고 설정 오류 및 캠페인 스토리의 개선 등이 적용될 것이라고 약속해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된 베타 테스트 버전은 유저들에게 아쉬움만 남겼다. 블리즈컨에서 공개했던 그래픽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 보이지 않았으며 애니메이션 싱크도 어색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정식 버전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수정될 것이라 기대하며 출시일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정식 버전에서도 개선점은 거의 없었다. 유저들은 리포지드가 오히려 원작보다 퇴보했다고 평가했다. 해외 게임 평가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는 10점 만점에 1.4점이라는 혹평을 받았다. 

먼저 그래픽은 상당히 놀라웠다. 원작보다 확실히 개선됐으며 특히 캐릭터 모델링은 실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캐릭터들의 갑옷과 무기 등 사소한 디테일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보였다. 배경 그래픽 또한 개선됐다. 물결이 흐르는 모습이나 지형지물의 묘사 등이 더욱 세밀해졌다.  

하지만 캐릭터와 배경을 같이 봤을 때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맞지 않다는 느낌이 강했다. 캐릭터와 배경 모두 그래픽이 개선됐지만 서로 잘 녹여내지 못한 인상이다. 특히 RTS(실시간 전략) 게임 특성상 화면을 전체적으로 봐야할 때가 더 많아 결국에는 각 캐릭터의 세밀한 그래픽은 눈에 안 들어오게 된다. 차라리 핵&슬래시형 RPG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캠페인과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만족했다. 향상된 그래픽으로 워크래프트의 주요 사건들을 되짚으며 17년 전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워크래프트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정화' 시나리오의 리메이크는 블리자드가 약속했던 것과 달리 큰 개선은 없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배경에 맞게 구조물이나 맵을 수정한 흔적이 보였다. 다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의 설정오류 문제 등은 해결되지 않아 아쉬웠다.

성우 같은 경우도 만족스러웠다. 기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성우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현지화에도 노력한 티가 났다. 원작에서 번역이 이상했던 부분도 수정됐다. 하지만 빈번하게 보이는 자막 겹침 현상이나 깨짐 현상은 개선이 필요하다.  

블리자드가 강조했던 시네마틱 영상에 대해서는 다소 실망했다. 원작에 비해 개선되기는 했지만 도저히 2020년 그래픽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었다. 차라리 2004년 공개됐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인트로 시네마틱이 훨씬 퀄리티가 좋다.  

연출력은 원작에 비해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부분은 퇴보했다. 이미 국내외 커뮤니티에서도 지적됐지만 나이트엘프 드루이드의 회오리 바람은 전작에 비해 단순해졌고 오크 진영 영웅 '블레이드마스터'의 궁극기 '칼날폭풍' 이펙트는 전작에 비해 위엄을 잃었다. 

리포지드가 팬들에게 이렇게까지 혹평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2018년 블리즈컨에서 수많은 팬들에게 기대감을 안겨줬던 리포지드가 아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가 리포지드를 공개하면서 내세웠던 항목들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모델링과 그래픽 향상 뿐이었다. 또한 사소한 자막 문제, 심심해진 연출 때문에 오히려 미완성작이라는 느낌이 크다. 기대감이 클수록 실망은 더욱 큰 법이다.

결론을 내리면 리포지드는 워크래프트 스토리를 좋아하는 팬에게는 어느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본 기자도 원작의 캠페인을 향상된 그래픽으로 다시 복기하면서 어느정도 만족감은 얻었다.

하지만 기존의 워크래프트3를 RTS 게임으로 접근했던 유저에게는 큰 메리트가 없다. 특히 스타크래프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완성도 있는 명작들을 다수 제작했던 블리자드의 명성을 기대하고 리포지드를 접하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리포지드는 확실히 개선이 필요하다. 블리자드가 2020년 처음으로 선보인 게임이기도 하고 특히 워크래프트 IP는 블리자드의 아이덴티티이기 때문이다. 

J. 알렌 브랙 블리자드 사장 또한 “워크래프트3는 블리자드가 한 회사로서 이룬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여전히 워크래프트3를 RTS 장르의 귀감이 되는 게임으로 여기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 한 바 있다. 블리자드가 빠른 시일내에 리포지드를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으로 탈바꿈시키기를 기대해 본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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