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산업계의 여성 임원 가뭄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대표성 향상을 위한 각종 사업을 펴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나온다.
기업 내 성별다양성은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이사회 내 여성 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자기자본이익률(ROE), 매출액수익률(ROS), 투하자본수익률(ROIC)이 높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여성 임원의 부재가 기업 내 차별적인 문화를 고착화해, 다양한 기능의 인적 자원 확보를 가로막는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여성 대표성을 국내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 상장법인 총 2072개 임원진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4%였다. 사외이사의 경우에는 3.1%에 불과했다. 특히 광업, 숙박업, 음식점업, 협회및단체, 기타개인서비스업종 등에서는 사내·사외 이사를 모두 포함해 등기임원 중 여성이 한 명도 없었다.
이 같은 임원 성비 불균형은 여성이 ‘자수성가’하기 어려운 우리사회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장법인들의 부회장 임명 경로를 조사한 결과, 여성 부회장이 기업 소유주의 가족인 경우는 83.9%에 달했다. 반면 남성 부회장은 37.1%가 오너 일가였다.
전 직급에 걸쳐 여성은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하기까지 남성은 4.2년 여성은 4.6년이 걸렸으며, 상위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여성의 비율은 급감해 과장급부터 남녀 성비가 9:1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자율적' 개선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10개 경제단체와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을 체결, 기업 내 성별다양성 제고를 위한 연구·사업 추진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여가부와 협약을 맺고 자율적으로 파트너십에 참여, 여성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세부 목표를 설정하고, 여가부는 희망 기업에게 성별 다양성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컨설팅·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제도 정비도 함께 추진됐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을 일부 개정해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를 추가한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따라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은 이사회의 이사 전원을 특정 성(性)으로 구성하는 것이 금지된다. 해당 조항은 지난 4일 공표돼 오는 8월5일 시행을 앞뒀다. 조치기간은 2년으로, 국내 대기업 대부분은 늦어도 내후년 8월까지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영입해야 한다.
그럼에도 실효성 논란은 여전해 보인다. 자율협약의 경우 다수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유인기제가 없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마련된 특례 조항 역시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법률이 ‘여성 임원을 둬야 한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여가부 여성인력개발과 관계자는 간접적 압박·홍보 효과를 내세웠다. 이 관계자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의 강제성이 없다는 비판에 “매년 국내 상장기업들이 기업 내 다양성 제고와 관련된 조항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통계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이는 기업들이 법을 지키도록 간접적으로 압박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협약의 기업 유인책 부재와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인센티브가 없어도 자율협약목표를 달성한 기업들은 여가부가 ‘우수사례’로 발표해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현재 롯데와 한국피앤지 등 대기업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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