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석증 – 쓸개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글// 이승은 중앙대학교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그럼 저는 쓸개 빠진 사람이 되는 건가요?”담석증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흔히 묻는 궁금증이다.
유증상(황달 복통 소화불량 등 이상 증상이 있는) 담석증이라서 담낭 절제술이 필요하다고 환자에게 얘기하면 열에 아홉은 '쓸개 빠진 놈'이 되기 싫다며 수술에 난색을 표명한다.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든지, ‘이런 쓸개 빠진 사람같으니라구’와 같은 우리나라 속담에서 엿볼 수 있듯이 옛 사람들이 쓸개를 간에 비견할 정도로 중요한 장기로 봐온 것이 이런 인식을 낳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쓸개는 담즙을 만들어내는 장기가 아니고 단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해 두었다가 일정 자극이 오면 분비해 주는 기관일 뿐이다. 따라서 쓸개를 제거하고 난 뒤에도 쓸개즙을 보충하기 위해 평생 약을 먹을 필요도 없으며, 소화불량에 시달릴 지 모른다는 걱정일랑은 하시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을 드리면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시며 수술에 동의를 하신다.
담석은 담도계에 발생하는 가장 흔한 질환이다. 서양의 경우 성인의 경우 10~15%가 담석을 가지고 있으며 연령이 증가할수록 유병률이 증가하여 70세에 이르면 인구의 약 30%가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보다는 낮지만 건강검진 수진자들을 대상으로 한 몇몇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약 2~5%가 담석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담석을 유발하는 비교적 확립된 위험인자로는 연령, 성별, 비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식이 습관, 생활 방식, 임신 횟수 및 경구 피임약 복용, 음주 및 흡연 등의 회피 가능한 환경적 인자와의 관련성도 제시된 바 있다.
특히 서양에서는 여성에서 담석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남녀간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콜레스테롤 담석 발생의 위험인자라고 알려져 있는 경구 피임약이나 여성 호르몬 제제의 사용 빈도가 서양인보다 낮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담석 형성의 방어 인자로 알려져 있는 음주력이나 고섬유질 섭취와 같은 사회 문화적 차이 및 식이 습관 등의 환경적 인자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몸안에 담석이 생기면 무증상에서부터 복통, 황달, 발열, 메스꺼움, 구토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담석 환자의 약 50%는 무증상으로 검사를 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담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뻐근하게 지속되는 우상복부 또는 명치부위의 통증이다. 저녁에 주로 발생하며 대개 1~5시간 가량 지속된다. 통증은 간혹 오른쪽 등이나 어깨까지 퍼져서 느껴질 수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 흔히 속앓이, 가슴앓이, 위경련이라고 하는 것의 상당부분이 담석증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자주 체하는데 위장관 검사상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담석증을 한번쯤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담낭결석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아무런 치료 없이 적절한 간격으로 정기검진만 받으면 된다. 하지만 담석으로 인한 이상 증상이 있는 경우나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담석의 크기가 2cm 이상일 경우, 담낭 용종을 동반한 경우, 담낭벽 비후가 있는 경우, 도재 담낭인 경우, 췌담도 합류 이상이 동반된 경우 등에는 담낭절제 수술이 꼭 필요하다.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는 외과선생님들 중에 담석증으로 담낭절제술을 받으신 분들이 꽤 많다. 이 분들은 쓸개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저도 쓸개 빠진 놈입니다”, 이 한마디로 수술동의서를 대신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담낭 없이 사는 것에 너무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