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세인트 아가타’ 끔찍한 방탈출 호러를 체험하고 싶다면

[쿡리뷰] ‘세인트 아가타’ 끔찍한 방탈출 호러를 체험하고 싶다면

‘세인트 아가타’ 끔찍한 방탈출 호러를 체험하고 싶다면

기사승인 2020-03-17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무섭기보다 끔찍하다. 영화 ‘세인트 아가타’는 사방에서 옥죄어오는 공포를 선사한다. 미스터리로 가득한 닫힌 공간에서 탈출을 결심하는 한 여성의 여정을 그린 섬뜩한 모험담이기도 하다.

‘세인트 아가타’(감독 대런 린 보우스만)는 무료급식소를 전전하다 한 수녀원에서 지내게 된 미혼모 메리(사브리나 컨)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지낼 곳도 마땅치 않고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메리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는 원장 수녀(캐롤린 헤네시)의 통제 하에서 지내는 생활은 답답하고 자꾸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어느 날 밤 메리는 천장 틈을 들여다보던 중 무언가를 목격하게 된다.

‘쏘우’ 시리즈로 유명한 대런 린 보우스만 감독의 작품 답게 ‘세인트 아가타’는 방탈출 호러를 기본으로 한다. 어디를 둘러봐도 이해되지 않는 것 투성인 집에서 탈출하려면 촘촘한 감시망을 뚫어야 한다. 그것이 실패할 때마다 메리에게 찾아오는 형벌은 똑바로 바라보기 힘든 고통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수녀원이 굴러가는 원리와 규칙을 하나씩 터득한 메리는 진지하게 치밀한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이는 메리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세인트 아가타’는 수녀원에 갇히게 된 메리가 당하는 수동적인 현재의 이야기와 수녀원에 가기까지 메리의 사정을 그린 자발적인 과거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준다. 메리의 과거 이야기는 그가 수녀원에 갈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강조한다. 불안정한 가정 환경과 남자친구 지미(저스틴 마일즈)의 열악한 사정은 그녀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수녀원은 그녀가 현재 인생 가장 밑바닥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메리는 고통에 발버둥치다가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인트 아가타’가 주인공을 괴롭히기 위해 인간성을 말살하는 방법을 택했다. 겉으로는 미혼모들을 존중하는 것 같지만 종교를 가장해 그들을 비인간적으로 대하며 정해진 처벌을 스스로 집어들게 강요한다. 원장 수녀를 비롯한 수녀원의 구성원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금방 드러나고 납득 가능한 이유도 제시한다. 인간을 구속하고 착취하는 시스템이 누군가의 원한이나 특정 인물의 과욕보다 더 무서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의 메시지는 눈여겨 볼만하다. 현실에서 멀리 떨어진 것 같은 공포 장르가 현실에서 가깝게 느껴지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오는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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