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바야흐로 제약업계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주총에서 오간 여러 안건과 이슈는 향후 제약사의 경영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되기도 한다. 국내 제약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적 증시 폭락에 맞서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매출 상위 1~5위를 기록한 국내 제약사 한미약품, 셀트리온, 광동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등의 주요 이슈를 살펴봤다.
▷한미약품, 권리반환·코로나19에도 R&D투자 ‘굳건’= 지난해 제약업계 매출 5위에 오른 한미약품은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한미약품은 작년 매출 1조1136억원, 영업이익 1039억원, 순이익 639억원 등 실적과 함께 2098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를 보고했다. 임기가 만료된 임원·감사위원의 재선임 안건도 처리됐다. 이에 따라 권세창·임종훈 사내이사, 서동철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의 재선임이 결정됐다.
이날 우종수 대표이사는 “탄탄한 내실 성장을 토대로 혁신 성과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매출의 일정부분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작년 연구·개발 비용으로 2090억원을 투자해 업계 1위를 기록했다. 관련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자사는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입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총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 한미사이언스는 작년 매출 8166억원, 영업이익 380억원, 순이익 307억원 등 실적을 보고했다. 우종수 사내이사 재선임·이사 보수한도 안건도 의결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는 “최근 주가 흐름에 대해 주주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해 특별한 ‘악재’가 없었지만, 기술수출했던 한미약품의 신약 HM12525A의 권리 반환으로 주가에 타격을 입었다. 이후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폭락의 영향도 겹쳤다. 작년 3월20일 7만89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20일 2만850원에 머물렀다. 임 대표는 ‘계열사 간 유기적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을 극복 방안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선두주자’ 자처= 작년 국내 제약사 중 매출 4위를 기록한 셀트리온은 오는 27일 주총을 앞뒀다. 회사는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제약사 ‘1조 클럽’에 들어갔다. 작년 매출은 1조1284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4.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780억5900만원, 순이익은 2979억6900만원 등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주주들의 관심사는 단연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이다. 23일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항체 치료제 임상시험을 오는 7월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셀트리온은 질병관리본부가 입찰을 진행한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용 단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물질 발굴’ 국책사업에 지원해 우선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그러자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0일 15만2500원으로 마감한 셀트리온의 주가는 이날 17만원까지 뛰었다.
아울러 새로운 사외이사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시행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외이사가 한 회사에서 6년 이상 재직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번에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6명 중 5명의 재직기간은 모두 6년을 넘겼다. 이들 모두 재선임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사외이사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광동제약,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실적 ‘순항 중’ = 매출 3위에 안착한 광동제약은 20일 주총을 개최, 상정된 안건을 모두 의결했다. 안건은 ▲제47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박상영, 염신일 사외이사 선임의 건 ▲양홍석, 이상원, 염신일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보수 한도액 승인의 건 등이었다.
주총 당일 광동제약에는 자사 제품의 급여적용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고시’에는 광동제약이 공급하는 면역억제제 ‘에리니토정’ 100mg이 4만2475원에 등재됐다. 급여는 다음달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밖에 광동제약이 독점 판매하는 ‘콘트라브’가 비만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모였다. 지난 2015년 출시돼 시장에서 매출 1위를 유지해온 아레나 파마슈티컬스의 ‘벨빅’이 암 발생 위험 이슈로 시장에서 퇴출되자, 남은 노보노디스크·대웅제약·광동제약의 각축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가 벨빅 이후 비만약 시장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한편, 광동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4.9% 증가한 1조2382억5469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418억323만원, 당기순이익은 226억5580만원 등이다.
▷GC녹십자,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자체 개발 나서= 매출액 기준 국내 2위 제약사 GC녹십자는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GC녹십자에게도 올해의 중대한 이슈는 코로나19다.
주총에 앞서 GC녹십자는 한 번의 고배를 마셨다. 회사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와 함께 질본에서 입찰 공고를 낸 ‘합성 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 유닛 백신 후보 물질 개발’과 ‘2019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용 단일 클론 항체 비임상 후보 물질 발굴’ 국책사업에 지원했었다. 두 사업 모두에 지원한 기업은 GC녹십자가 유일했다. 그러나 입찰에서 최종적으로 각각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GC녹십자는 정부 지원과 별개로 자체적으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 실적은 전년대비 2.6% 오른 1조3697억972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9.7% 감소한 4025억454만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112억8740만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외 수익에서 주식평가 손실이 있었으며, 비경상적인 손익효과가 겹쳤다”면서 “이들 영향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 진입장벽 낮춰= 2년 연속 국내 제약사 매출 1위에 오른 유한양행은 지난 20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유한양행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48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감소했지만 1위 자리를 사수했다. 작년 영업이익은 125억3575만원, 순이익은 366억1232만원 등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주총에 상정된 안건을 모두 마찰 없이 원안대로 의결했다. 안건은 ▲제97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철, 지성길, 박동진 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었다.
특히 창사 이래 첫 액면분할도 결정돼 눈길을 끌었다. 유한양행은 보통주와 우선주에 대해 액면가격을 5대 1로 분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의 1주당 가격은 약 20만원에서 4만원까지 낮아진다. 액면분할의 목적은 주당 가격을 낮춰 매수·매도에 따르는 부담을 경감해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또 주식거래 유동성을 높여 거래량과 거래금액에도 전반적인 증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가치 상승 요소 없이 유통되는 주식 수만 많아질 경우, 오히려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운영전략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지난해 약 1300억원이었던 연구·개발 투자규모도 올해 2000억원으로 증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도전 계획이 없다”며 “기존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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