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은 조직범죄… 국회·여가부, 피해자 지원 ‘용두사미’ 곤란해

n번방은 조직범죄… 국회·여가부, 피해자 지원 ‘용두사미’ 곤란해

텔레그램 성착취 공대위 “포털, 2차가해 적극 금지해야”

기사승인 2020-03-26 17:26:14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네트워크는 조직범죄다. n번방 참여자들은 방 관리를 위해 서열을 형성했다. 그들만의 규칙을 정하고, 심사를 거쳐 범행 참가자를 선정했다. 비인간적 언어를 쓰고, 피해자 사진을 스티커로 만드는 등 그들만의 놀이문화를 형성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는 26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개최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n번방 가해자들의 속성을 이같이 분석했다. 공대위는 이날 회견을 통해 n번방 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 처벌과 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발언에 나선 신 활동가는 “지난해 11월 n번방이 언론에 최초 보도됐을 때, n번방 운영자와 참여자들은 범행을 멈추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을 취재한 기자의 신상을 털었다”고 말했다. 이어 “n번방 가해자들은 ‘안 잡힐 자신이 있다’는 믿음으로 뭉친, 불법 촬영물 공유 플랫폼이자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의 강력 수사·처벌이 온라인 성착취 네트워크 근절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남아있는 몇몇 n번방에서는 ‘페미’들 때문에 남성들이 ‘야동 볼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말이 오간다”며 “조주빈 검거 이후로는 ‘대책회의’ 모의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크웹 운영자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곧 출소하며, n번방 승계자도 고작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텔레그램 성착취 피해자 변호인단 원민경 변호사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우포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이 n번방 피해자 이름과 사진을 인터넷에 게시하고 있다”며 “이는 성폭력특례법상 범죄로, 2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보통신망법상 포털 서비스 제공자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게시물을 임의로 삭제할 수 있다”며 “그런데 포털들은 현재 모든 게시물은 ‘피해자가 먼저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 변호사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이 모든 게시물을 모니터링해 일일이 신고해야 하는 고통을 격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청소년유해매체물을 지체없이 삭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인적사항에 관해서도 이 같은 삭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인모임 성착취대응TF 박예안 변호사는 국내 디지털 성착취 범죄의 처벌이 해외와 비교해 가볍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워싱턴DC를 비롯한 미국 내 26개 주에서는 주 법률로 온라인 성착취 범죄를 중범죄로 규정해 처벌한다”며 “지난해 미국에서 n번방과 유사한 범행을 벌인 범죄자 마크 피 반웰에 대해 미국 연방법원은 35년형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하영 공대위 활동가는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와 여가부에서 앞다퉈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이것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디지털 기반 성범죄는 ‘성폭력 범죄’로 포괄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관련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가 피해자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음란물 여부만 판단하고 최소한의 처분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n번방은 익명 메신저 텔레그램을 활용해 자행된 디지털 성착취 범죄다. ‘박사’라는 닉네임을 사용한 조주빈을 비롯해 ‘갓갓’, ‘와치맨’ 등 n번방 운영자들은 아르바이트 모집을 가장하거나 신분을 속여 피해 여성들에게 접근, 개인정보를 빼냈다. 개인정보를 빌미로 피해자 스스로 나체 사진과 영상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 피해자에게서 넘겨받은 영상물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유료로 공유했다. 100여개에 달하는 n번방에는 중복 인원 포함 26만명 이상이 입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현재까지 74명, 이 가운데 16명은 미성년자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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