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이상적인 청춘의 멜로가 현실의 폭력 액션으로 흐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성세대의 질서가 아이들의 삶을 좋은 쪽과 나쁜 쪽으로 이리저리 잡아 흔든다. 눈 뜨고 보기 힘든 잔혹한 폭력 사건의 원인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누구의 시선인지 곱씹게 된다.
대만 영화 ‘아웃사이더’(감독 커한첸, 후닝유안)는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유하오(임백예)와 페이유옌(왕정)의 러브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집단 폭력을 당할 위기에 처한 유하오를 목격한 페이유옌은 구해준다. 페이유옌에게 한 눈에 반한 유하오는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하지만 폐이유옌은 다시 유하오의 폭력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페이유옌의 아버지는 강제 미국 유학을 보내려한다.
언뜻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아름다운 로맨스로 보이는 ‘아웃사이더’는 중반부 이후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내세운다. 학교와 거리의 기존 질서를 넘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유하오와 그 친구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성인이 된다. 즐거운 놀이처럼 여겼던 남자들끼리의 싸움도 극단으로 치닫는다. 학교를 다니며 어른들의 말을 잘 듣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선택을 하지 않은 집단의 미래가 얼마나 어두울 수밖에 없는지 가르치는 시선이 느껴진다.
수십 년 전 과거의 학창시절 우정과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영화 ‘친구’(감독 곽경택)를 떠올릴 수 있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그들의 세상과 입장이 바뀌는 점이나 비극적인 결말로 흘러가는 전개 등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비극의 출발점이 다르다. ‘친구’가 친구들의 위계질서에서 시작된 불만이 갈등의 씨앗이 됐다면, ‘아웃사이더’는 처음부터 존재한 사적이 갈등에 기성세대가 영향력을 미친다. 또 갈등의 당사자가 아닐 뿐 아니라 아무 잘못도 없는 여성이 폭력을 당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특정 장면에서 관객들이 느끼는 분노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 걸까.
‘아웃사이더’는 1980년대 후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재현하는 목적으로 보였던 시간 설정은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된다. 어쩌면 다른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부족한 개연성을 현재와 떨어진 시간대로 메우려는 의도이거나,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긍정하는 유치한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 잘못 아닌 잘못을 저지른 청춘들의 과거를 벌하고 무언가를 하나씩 잃어버린 현재를 긍정하는 폭력적이고 불편한 영화의 시선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오는 2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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