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최근 일본에 대한 방역물품 지원여부를 두고 찬성과 반대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청와대가 일본에 대한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작은 국내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가 미국과 일본, 6·25 전쟁에 참전했던 국가들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보건용 마스크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여기에 보건용 마스크 해외지원 방안을 두고 진행된 한 설문조사결과도 힘을 보탰다.
찬성 측은 왕래가 많고 가장 가까운 국가인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가 심상찮다는 소식이 연일 전해지고 있는데다, 일본 정부가 자국민에게 지급하는 일명 ‘아베노마스크’에서 이물질이 발견되는 등 방역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국내유입차단과 넓은 범위에서의 방역 필요성, 일본에 대한 동정여론이 어울린 의견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보건용 마스크 해외 지원방안’의 찬성여부를 물어 22일 발표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도, ‘지원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전체의 67.5%로 과반을 넘었다.
반면 반대의견도 강하다.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에 마스크 지원을 금지해주세요’라거나 ‘일본에 마스크와 진단키트 지원반대’라는 제목을 단 글이 게시돼있다. 심지어 22일 오후 2시30분 현재 38만여명의 동의를 얻은 ‘수출용 코로나19 진단키트 이름을 독도로 해주세요’라며 독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겨냥한 제목의 글도 청원 중이다.
이들은 그간 일본이 대한민국을 전략물자 수출완화국가를 정한 백색국가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일제시대 위안부 및 강제징용자에 대한 배상판결을 부정하는가 하면, 독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등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갈등국면을 야기한 상황을 간과할 수 없다고 봤다. 이어 일련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노력이 전제되기 전에는 지원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의견이 분분하자 청와대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일본에 마스크를 지원한다는 내용의 보도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데 그것은 전혀 팩트(사실)가 아니다”라며 “일본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방안은 검토한 적이 없다”고 22일 뉴시스를 통해 청와대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일본이 (우리 정부로부터) 마스크를 수입하겠다고 요구하거나 요청한 적도 없다”면서 “그런데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일본에 마스크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못 박았다.
일본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 마스크와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에 대한 지원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수급여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며 일본의 요청도 없었는데 나서서 지원할 이유도, 생각도 없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한편 이 관계자는 “사실이 아닌 보도로 논란거리가 제공된 측면이 있다”며 현상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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