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가 마련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을 담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민부담을 내년으로 떠넘겼다는 검토결과가 나왔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28일 2차 추경안에 대한 논의를 ‘우려’로 시작했다. 전체회의에 앞서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사전 검토해 내놓은 ‘2020년 제2회 추경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은 있지만 재정부담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소득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1478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원수에 따라 최대 100만원(1인 40만원, 2인 60만원, 3인 80만원, 4인 이상 10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기준으로 총 9조7000억원을 추가 편성할 계획을 세웠다.
이어 총액 중 정부가 부담하는 7조6000억원 전액을 지난해 편성된 예산에서 6조4000억원을 감액조정하고,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 3개 기금의 여유재원 1조2000억원을 조달해 국채발행 없이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2조4052억원(31.8%)에 이르는 각종 사업비 감액규모에서 88.5%(2조1295억원)가 지급시기나 공사일정 조정을 통한 감액방식으로 이뤄져 내년 혹은 그 이후로 시기가 연기됐을 뿐 언제든 재정에 부과될 것이라는 점이다.
예컨대 국방 분야 감액사업의 경우 총사업비 변동 없이 신규 사업의 공사일정을 조정해 일부 공사비의 집행일정을 다음연도로 연기해 967억원을 줄이는 식이다. 정비·방위력 개선사업에서는 대외군사판매 계정에 납입할 예정이던 지급예정액(7840억원)의 납입을 내년으로 미룬다.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철도사업은 설계 변경, 연차별 투자계획 변경에 따라 올해 투자금액 중 5500억원을 감액하기로 했지만, 집행일정을 내년 이후로 연기한 것에 불과하다. 농·어업 분야 연근해 어선 감척사업도 집행시기를 연말에서 내년 초로 1~2개월 연기했을 뿐이다.
이와 관련 예결위는 보고서에서 “이번에 줄어든 재정부담이 내년 이후 다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히려 이 사업들은 향후 환율이 상승할 경우 더 큰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액한 사업비 중 일부는 내년 이후 다시 계상돼야 하고 기금 여유자금 활용금액도 해당 기금에 상환해야 하는데 이 규모가 2조8000억원에 달한다”며 “세입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추가적인 지출구조조정도 없다면 결국 국채를 발행해야 하므로 관리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규모가 정부 전망보다 커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보고서에서 예결위는 재정부담 연기와 함께 지역화폐 및 기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지급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꼬집었다.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의 20%를 지자체가 이미 활용 중인 지역상품권 및 선불카드로 지급하고 나머지 80%는 신용·체크카드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예결위는 “지급 수단이 적정한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가맹점이 많지 않은 지역 주민의 경우 상품권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지역사랑상품권 혜택에서 배제되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상품권 사용 후 차액을 현금으로 환불하는 기준(액면가의 60% 이상 사용)도 과도하고 실제 지출규모가 줄어드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이밖에 보고서는 “코로나19로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노령층에는 임대료, 공공요금 납부, 채무 상환 등 개인별 상황을 해소할 수 있게 현금을 지원해야 한다”며 지급 대상별 맞춤형 지급방식의 도입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한편 국회는 29일 오후 9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2차 추경안을 처리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예결위 심의를 제외하고도 5개 상임위원회에서 추경 관련 예비심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중에는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관련 특례조항을 담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 심사도 포함됐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에서 ‘적자국채 발행 최소화’를 요구하며 추가적인 세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고, 지원금을 지급받지 않을 경우 ‘의제 기부금’으로 간주해 국고에 편입시키는 방식이나 100% 국고환수에 대한 문제 등도 심의과정에서 제기해 막판 진통도 예상된다.
이에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추경안 심의를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 예산소위 대신 각당 간사만 모여서 빨리 처리하려고 한다”며 29일 본회의에 앞서 오전으로 예정된 예산소위를 열지 않고 간사협의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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