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중 발길질·고함 ‘렘수면행동장애’…인지기능 저하 주의

수면 중 발길질·고함 ‘렘수면행동장애’…인지기능 저하 주의

기사승인 2026-01-26 14:13:45
홍정경 (왼쪽), 윤인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제공

렘수면행동장애가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진행하지 않더라도, 장기간에 걸쳐 기억력과 주의력 등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10년 이상 비교적 안정적인 경과를 보인 환자에서도 인지기능 저하는 예외 없이 관찰돼, 정기적인 인지 평가와 추적 관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윤인영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제1저자 홍정경 교수)은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 162명을 평균 7.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진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주요 인지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의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수면 질환으로, 수면 중 소리 지르기나 주먹질, 발차기 등의 증상을 보인다. 파킨슨병이나 치매 등 신경퇴행성질환의 강력한 전조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신경학적 원인이 없는 경우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로 진단된다. 그동안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의 장기적인 인지기능 변화를 체계적으로 추적한 연구는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최소 5년 이상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상태를 유지하면서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진행하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총 318회의 신경심리검사 결과를 분석했다. 인지기능은 주의력·작업기억력, 기억력, 실행기능, 시공간기능, 언어기능 등 5개 영역으로 나눠 평가했다.

분석 결과,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들은 주의력·작업기억력과 기억력 영역에서 점진적이지만 일관된 저하를 보였다. 특히 처리속도와 주의력, 작업기억력을 함께 평가하는 ‘숫자-기호 연결 검사’에서는 매년 평균 z-점수가 0.084씩 감소해 가장 가파른 저하 양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 검사가 조기 인지 변화를 감지하는 데 가장 민감한 지표였다고 설명했다.

기억력 영역에서도 언어 기억력은 매년 평균 z-점수가 0.054, 시각 기억력은 0.037씩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는 체감되기 어렵지만, 장기간 누적될 경우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인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 환자(116명)는 주의력·작업기억력, 기억력, 실행기능 등 여러 영역에서 광범위한 저하를 보인 반면, 여성 환자(46명)는 일부 검사 항목에서만 제한적인 저하가 나타났다. 윤인영 교수는 여성 환자의 경우 뇌 손상에 대한 회복력이 더 높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비정상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속도가 느릴 가능성을 제시하며 성별에 따른 맞춤형 모니터링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10년 이상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진행하지 않은 ‘장기 안정군’ 환자 33명을 별도로 분석한 결과, 이들 역시 전체 환자군과 유사하거나 일부 검사에서는 더 가파른 인지 저하를 보였다고 밝혔다. 이는 렘수면행동장애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더라도 신경퇴행 변화가 서서히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다.

홍정경 교수는 “특발성 렘수면행동장애 환자에서 신경퇴행성질환으로 진행하지 않더라도 인지기능 저하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음이 이번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치매나 파킨슨병으로 진단되지 않았더라도 정기적인 인지기능 검사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