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최강’, ‘최고’로는 부족해 ‘황제’, ‘전설’이 붙는 농구 선수. 넷플릭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역대 최강의 농구팀 시카고 불스에서 마이클 조던이 보낸 마지막 시즌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조던과 불스가 97~98시즌 동안 마음껏 촬영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해 찍은 500여 시간의 미공개 영상이 다큐멘터리의 바탕이 됐다. 7년 동안 NBA 챔피언십을 다섯 번 우승한 최강 팀이 가장 불안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그렸다. 마이클 조던의 라커룸에서, 호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90년대 시카고 불스를 기억하는 농구팬이나 마이클 조던을 통해 농구에 입문한 팬, NBA를 즐겨보는 농구 팬 등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특정 시청자를 겨냥해 제작된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막상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단순히 농구 경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마이클 조던의 훌륭한 업적을 찬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2시간 분량의 영화 형식 대신 40~60분 분량의 시리즈 10편으로 만들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두 개의 서사를 동시에 진행한다. 97~98시즌의 시카고 불스 팀을 다루는 1년의 스토리와 마이클 조던의 데뷔부터 은퇴까지 선수 생활 전체를 다루는 14년의 스토리다. 두 개의 이야기는 결국 마이클 조던이라는 선수가 왜 전설로 남았는지를 설명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매 회 독립적인 주제를 넣어 두 개의 스토리를 연결한다. 동료들과 감독, 그를 둘러싼 구설과 문화적 영향력 등을 다루며 마이클 조던이라는 농구선수와 개인을 다각도로 비춘다.
1년의 불안정함과 14년의 노력은 끊임없이 부딪히며 매번 새로운 감정을 자아낸다. 97년의 이야기에서 과거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 때면 최고의 자리로 올라가는 스토리에 신이 나고 승리의 쾌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과거에서 현재로 시점이 이동하면 답답한 현실에 숨이 턱 막힌다.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떤 순간에는 슬프고, 어떤 장면에선 화가 난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달라 당황스러운 순간도 있다.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는 순간도, 조던의 판단과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도 있다. 그렇게 쌓인 시간은 조금씩 흘러가 1998년 NBA 챔피언십 마지막 경기로 향한다.
누군가의 선수 생활을 영상 몇 편으로 모두 설명하거나 단정 짓기는 어렵다.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는 마이클 조던을 판단하는 것보다 그가 어떤 선수였는지 돌아보는 것에 가깝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은 우승에 환호하고 스포츠 선수로서의 성공을 누리는 마이클 조던의 모습이 아니다. 그가 경기에서 보여주는 멋진 플레이들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그의 움직임과 슛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알게 되면 매 경기 이기려고 투쟁하고 집중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와 다른 시선으로 읽힌다.
이 시리즈의 제목인 ‘더 라스트 댄스’는 1997년 극적으로 재계약하며 마지막 1년의 시간을 받은 시카고 불스의 필 잭슨 감독이 새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를 담아 붙인 일종의 테마이자 과제명이다. ‘마이클 조던’의 이름과 나란히 적힌 ‘더 라스트 댄스’는 또 다른 맥락으로 읽힌다. 마이클 조던이 마지막 시즌에 보여줬던 건 마지막 춤이었을까, 아름다운 몸부림이었을까.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