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KBO 상벌위원회가 사실상 복귀를 용인하면서 벼랑에 몰린 강정호에게도 길이 열렸다. 하지만 궁극적인 열쇠는 강정호의 원소속구단인 키움 히어로즈가 쥐고 있다.
키움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강정호를 품거나 방출하는 것이다.
악화된 여론만 아니라면 키움이 사실 강정호를 마다 할 이유는 없다. 강정호는 지난해까지도 메이저리그에 몸담았던 타자다. 긴 공백기로 인한 실전 감각 저하에도 시범경기에서 연달아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등 건재한 파워를 보여줬다. 정규리그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 방출됐지만 여전히 국내를 주름잡을 수 있는 정상급 타자라는 것이 야구계의 시각이다. 키움이 강정호를 품는다면 전력 상승은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강정호 방출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여론을 의식한 타 구단들이 현재는 입을 모아 ‘강정호 영입은 없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키움으로부터 강정호가 방출되면 기다렸다는 듯 그와 은밀하게 접촉하는 구단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키움으로선 차라리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철저히 보험을 들어놓는 편이 안전하다.
문제는 강정호를 용서했을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음주운전을 세 차례나 저지른 강정호를 향한 여론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이순철 해설 위원 등 야구계 인사들도 강정호와, 그의 복귀를 용인한 KBO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뱉고 있다.
키움은 KBO리그의 대표적인 비인기 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잠잠해진 뒤 유관중 경기가 진행되면 강정호와의 재계약이 흥행 참패의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메인 스폰서 키움 증권과의 관계도 껄끄러워질 수 있다.
히어로즈에게는 네이밍 스폰서에 대한 악몽이있다. 첫 후원 기업이었던 우리담배는 히어로즈의 운영사인 센테니얼이 KBO 가입금 미납 파문으로 비판 받자 2008시즌 도중 네이밍 스폰서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히어로즈는 2010년 넥센과 손을 잡기 전까지 서울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시즌을 치르며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현재 히어로즈는 키움증권과 2023년까지 총액 5백 억 원에 달하는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출범 이후 이장석 전 대표의 사기 및 횡령‧배임 혐의, 안우진 등 선수들의 비위 행위로 잦은 홍역을 치렀던 키움이지만 이번 강정호건은 그 가운데서도 사안이 막중하다. 강정호와의 계약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경우 메인 스폰서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모기업을 배경으로 하는 타 구단과 달리 히어로즈는 네이밍 스폰서에 대한 의존도가 심하다. 평판을 의식한 키움증권이 혹 발을 뺀다면 구단 운영 자체가 힘들어진다. 야구단 운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았던 키움증권도 현 사안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구단 측은 “국민 정서와 스폰서, KBO리그, 선수단 분위기 등 모든 면을 고려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강정호는 5일 한국으로 돌아와 격리를 거친 뒤, 추후 입장 등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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