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중학생을 집단 폭행하고 ‘기절 놀이’를 한다며 코와 입을 틀어막아 숨을 못 쉬게 한 10대들이 검거되는 등 잔혹한 청소년 범죄가 늘자 촉법소년(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 형사미성년자) 처벌 촉구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11일 전북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북 전주의 모 중·고교 학생 8명은 지난 4월23일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중학생 1명을 집단 폭행했다. 술을 입에 머금고 피해 학생에게 뱉는가 하면 담배 연기를 내뿜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시간가량 이어진 폭행에는 기절 놀이도 포함됐다. 기절 놀이는 입과 코를 막아 호흡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피해 학생은 당시 4차례나 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8명 중 1명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14세 미만 촉법소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학교 여학생에게 음란 메시지를 보낸 남학생도 있었다. 지난 1월16일 전북 전주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익명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B양에게 음란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 B양은 심리상담 과정에서 ‘너무 수치스럽다’ ‘학교에 다니고 싶지 않다’며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인 A군은 현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으로 소년부 재판을 받고 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지른 만 10살 이상에서 만 14살 미만의 미성년자를 말한다. 이들은 성인과 달리 형법 대신 소년법이 적용된다. 현행법상 촉법소년에 대해서는 사회봉사 명령이나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만 가능하다.
최근 청소년이 저지르는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촉법소년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특히 지난 3월 대전에서 훔친 렌터카를 타고 도주하다 등록금을 모으려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을 쳐 숨지게 한 사고가 촉법소년들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100만이 넘게 동의 서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 하향이나 처벌 강화로는 범죄 예방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대검찰청의 소년범죄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 소년범 가운데 15∼18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25% 수준이었으나, 만 14세 미만은 지난 10년간 0.1∼0.5% 수준이었다. 촉법소년의 범죄 비율이 낮고 국제인권기준에 반한다는 게 인권위의 해석이다. 여기에 촉법소년 처벌 강화가 청소년 범죄율 경감에 실효성이 있다고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낙인효과로 소년범의 사회화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관점도 있다. 청와대 역시 ‘렌터카 사망사고’ 청원과 관련해 “소년범죄 문제는 형사사법적 측면 외에도 범죄 소년을 교육해 사회로 복귀하게 해야 하는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해 촉법소년 처벌 강화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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