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0~3세 영아를 위한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 당국은 영아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부모들은 아기용 마스크 ‘수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아기용 마스크 수급 안정화를 요청하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10개월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공적 마스크는 수량이 늘고 구입하기도 편해졌는데, 베이비 마스크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아기가 무슨 마스크가 필요하냐, 집에만 있지 어디를 돌아다니냐 등의 말들이 있는데, 아기는 병원 검진과 영유아 검진을 받아야 하며, 독박 육아를 하는 엄마들은 (아기와 함께) 외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원인은 “아기용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매일 점심시간마다 직장 주변 약국 5곳을 순회했고, 아동병원 문전약국까지 갔지만 한달동안 1개도 구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시중가 4000원이었던 K사의 3개입 초소형 마스크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16000원까지 가격이 뛰었다가 현재는 이 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상에는 아기용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 약국을 찾는 부모들의 게시글이 매일 올라온다. 아기용 마스크보다 구하기 수월한 소형 공적 마스크를 사서 마스크 끈을 짧게 묶는 궁여지책도 공유됐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영아에게는 마스크를 씌우지 말라고 안내한다. 마스크가 아이의 호흡을 방해해 질식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마스크를 손으로 만진다면 오히려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복지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보육기반과 관계자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게는 마스크를 착용시키지 말라는 것이 당국 지침”이라며 “어린이집 내에서도 마스크는 교직원에게만 의무적으로 착용하라고 안내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이 감염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에는 “단체 활동을 최대한 피하고, 아동끼리 접촉을 최소화하면 된다”며 “노래를 부르거나 율동을 하는 것도 가능한 한 자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아기용 마스크 수급과 관련된 지침을 별도로 마련할 계획이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유아에게는 마스크 착용이 권장되지 않기 때문에 밀집도가 높은 공간에 방문하지 말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하는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구체적인 대책에 대해서는 의료계 전문가에게 문의하라”고 말했다.
마스크를 대체할 영유아 방역 지침은 무엇일까. 보호자의 각별한 위생 관리가 최선이라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안종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아감염면역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영아에게 마스크 대신 제시할 수 있는 특별한 감염 예방 수단이 없다”면서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비롯한 해외와 우리 보건당국 모두 영아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호자들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적으로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외출을 할 경우 보호자가 아기의 손을 자주 씻겨주고 타인과 2m거리두기를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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