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올해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불리는 SK바이오팜이 역대급 흥행몰이를 경신하면서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달 2일 상장을 앞둔 SK바이오팜의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사31조원(30조9899억원에)에 달하는 증거금이 몰리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제일모직이 세운 역대 최대 증거금(30조649억원) 기록을 웃도는 금액이다.
SK바이오팜의 공모주 흥행 성공은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 ▲국내 바이오기업 가운데 최초로 치료제 신약을 미국시장에 선보인다는 프리미엄까지 함께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SK바이오팜의 주력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다. 이 상품은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판매허가를 받았고, 지난달 미국시장에 출시했다. 또한 수면장애 치료제인 수노시의 경우 지난해 임상 1상을 마친 후 미국 바이오 기업 재즈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도 경계해야 한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글로벌 신약을 독자적으로 진행한 성과를 갖고 있으나 지나친 버블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조언도 귀담을 필요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1억 달러(7조3566억원)이고, 오는 2024년 70억 달러(8조44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항암치료제 시장 규모(약 2000억 달러, 한화 239조원)와 비교한다면 큰 마켓으로 평가하긴 어렵다.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도 감안해야 한다. 현재 벨기에 제약기업 UCB는 글로벌 뇌전증 치료제 시장의 약 42% 비중을 차지한다. 이 기업의 지난해 매출은 4조9386억원(36억4500만 유로), 영업이익 1조4470억원(10억6800만 유로)에 달한다. SK바이오팜이 이 기업과 경쟁해서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 관건이다. 다만 현재 SK바이오팜이 내놓은 뇌전증 치료제에 대한 수요 예측은 이르다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에 따른 밸류에이션이나 상업적 가치 보다는 상징성에 더 가깝다”고 평가한다. 즉 바이오 업종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같은 비판은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두 기업의 매출(2019년 기준)은 각각 7016억원, 1조1285억원에 불과하지만 시가총액은 코스피 전체 3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바이러스 확산이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버블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주식시장에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 개발과 관련된 기업들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는 마치 IMF 이후 불었던 닷컴버블(IT버블) 현상과 유사하다.
하지만 주가는 결국 실적과 성과에 반영된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언제까지 고공행진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는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열풍으로 주가가 폭발적으로 올랐다가 고꾸라진 조아제약의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SK바이오팜은 자체 매출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바이오기업과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바이오 열풍에 따른 ‘버블’이 투자자들의 혼선을 주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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