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동침’ 나선 화학 업계…프레너미 전성시대

‘적과 동침’ 나선 화학 업계…프레너미 전성시대

기사승인 2020-06-29 04:00:00

[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국내 화학업계가 코로나19의 확산과 재점화된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에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처럼 프레너미(frenemy·친구이자 적) 관계를 통해 공동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사업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15일 합성섬유 및 페트병(PET)의 중간원료인 PTA(Purified Terephthalic Acid, 고순도 테레프탈산) 공급과 관련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7월부터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연간 45만톤 규모의 PTA 제품을 공급받기로 합의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운휴 중이던 울산공장 2호 PTA 생산설비를 재가동해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은 석유화학업계의 경쟁사인 두 회사가 자발적인 협력을 통해 수익성 및 사업경쟁력을 확대하는 사례다. 양사가 국내 화학산업 발전에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내달 울산공장 내 연산 60만톤 규모의 PTA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전환을 통해 PIA(Purified Isophthalic Acid‧고순도 이소프탈산)를 생산해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PIA는 PET, 도료, 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롯데케미칼의 PIA 연간 생산량은 52만톤으로 글로벌 점유율 1위다. 지난해 말 울산공장에 500억원을 투자해 PTA 생산라인을 PIA로 전환하는 설비를 구축했다.

한화종합화학은 이번 공급계약으로 안정적인 수급처를 확보하며 사업경쟁력이 더욱 높아지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0여년간 국내 PTA사업을 이끌어 온 한화종합화학은 연간 200만톤 규모의 국내 최대 PTA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대규모 신증설로 인한 공급과잉에도 지속적인 원가 개선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왔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대표는 “급격한 산업 환경 변화에서 경쟁 관계도 언제든 협력 관계로 변할 수 있다”며 “양사 간의 유연한 생각과 행동이 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그룹 계열사인 SK종합화학은 경쟁국인 중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3년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국영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SINOPEC)이 합작해 설립한 중한석화(中韓石化)는 지난해 7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汉)의 우한분공사(정유설비)인수 기념식을 진행했다.

우한분공사는 1977년 최초 가동된 중국 후베이성의 대표적 정유공장이다. 하루 17만 배럴의 정제능력을 갖췄으며, 올해를 목표로 고도화 공정인 FCC(중질유 촉매분해공정)의 증설 및 설비 현대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중한석화의 우한분공사 인수는 SK와 시노펙이라는 양국 업계 최대 기업 간 화학 사업 협력이 정유 부문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추진 중인 정유와 화학을 결합하는 연화일체(煉化一體)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화학사인 중한석화가 정유사인 우한분공사를 인수함으로써 주원료인 나프타(Naphtha) 등의 원료 수급의 안정성을 확보했고, 외연 확장으로 중국 시장 내 입지 또한 확대될 전망이다.

이진우 매리츠증권 연구원은 “프레너미란 상황에 따라 협력자가 될 수도 경쟁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현재 미‧중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국제정치‧무역환경이 꼭 그렇다. 결국 생존전략”이라고 말했다.

im9181@kukinews.com

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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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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