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에서조차 사과 없어” 박원순 시장 사망, 시민들 추모 속 실망 역력

“유언장에서조차 사과 없어” 박원순 시장 사망, 시민들 추모 속 실망 역력

기사승인 2020-07-10 18:37:28

사진=10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 보도를 시청하는 시민들 / 김희란 인턴기자

[쿠키뉴스] 김희란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피소 후 숨진 채 발견됐다. 시민들은 급작스런 비보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을 두고 실망을 나타냈다.

10일 오전 찾은 서울 용산구 서울역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역사 내에 설치된 대형 TV에서 박 시장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는 시민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간간히 탄식하는 이들도 있었다. 몇몇 시민은 박 시장을 큰소리로 비난했다.

이날 오전 박 시장이 실종 전 작성한 유언장이 공개됐다. 유언장에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혔다.

일부 시민은 박 시장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울역에서 만난 직장인 한모씨는 “(박 시장은)많은 업적을 쌓았고, 앞으로도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사망해 아쉽다”고 전했다.

박 시장의 극단적 선택이 처벌을 회피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30대 여성은 “아직 성추행 혐의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의 의혹이 큰 상태에서 자살을 택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한 행위”라며 그동안 지지해온 박 시장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잘못이 있다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벌을 받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서울역 / 김희란 인턴기자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자신을 직장인이라고 밝힌 20대 여성은 “박 사장의 극단적 선택은 본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작정 (성추행) 사건을 종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만난 20대 대학생 역시 “박 시장은 유언장에서조차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남성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이날 서울시는 박 시장의 장례가 사상 처음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진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청 앞에 분향소를 설치해 일반 시민의 조문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상에서도 서울특별시장(葬)을 치르기로 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박원순씨 장례를 5일장, 서울특별시장으로 하는 것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오후 6시 기준 16만명에 달하는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박 시장이 사망하는 바람에 성추행 의혹은 수사도 하지 못한 채 종결되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떳떳한 죽음이었다고 확신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어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유력 정치인의 화려한 5일장을 언론에서 국민이 지켜봐야 하나. 대체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0시경 서울 종로구 숙정문 인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여 만이다. 박 시장의 딸은 전날 오후 5시17분 “4~5시간 전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박 시장은 실종되기 전날인 지난 8일 전직 비서 성추행 사실로 피소됐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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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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