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를 본 관객들은 배우 강동원의 모습에 놀랄지 모른다. 강동원을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 예고편과 달리, 실제 ‘반도’는 여러 인물의 팀플레이 위주로 전개된다. 강동원의 안정된 연기력과 능숙한 액션 연기를 잘 활용하면서도 그에 의존하지 않는 것.
최근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 역시 자신의 연기에 대해선 “열심히 했다. 늘 봐도 부족해 보인다”는 짧은 답변을 내놨다. 대신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놨다. 그가 맡은 역할의 연기에 충실하면서도 전체 그림을 보는 태도는 영화 속 정석의 역할과 비슷했다. 평소 좀비 장르를 선호하지 않았던 이야기부터 ‘반도’와의 첫 만남 과정을 들려줬다.
“‘반도’ 시나리오를 받기 전에 양진호 편집 감독님을 통해서 연상호 감독님을 먼저 만났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인간적으로 가치관이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저처럼 감독님도 ‘이렇게 힘들게 하면서까지 영화를 찍어야 하나’라는 생각을 갖고 계시더라고요. 시나리오도 굉장히 좋았고. 전 오컬트와 호러 장르는 좋아했지만, 좀비 장르를 좋아하진 않았어요. 좀비 영화엔 놀라게 하는 장면은 많지만, 심리적 압박감은 덜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사람들이 왜 좀비 장르를 좋아하는지 알았어요. 액션에 가까운 호러 영화라고 생각했고, 오컬트보다 더 현실에 맞닿아있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반도’에서 강동원이 맡은 정석은 4년 전에 벌어진 전대미문의 사건 한복판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다. 이후에도 자신이 선택한 행동이 옳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강동원은 정석을 영화 속 세계관의 안내자로 해석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이정현과 이레가 더 돋보일 수 있게 길을 열어주기도 했다.
“첫 시나리오 받았을 땐 감독님과 인물보다는 그림 이야기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나요. 전 ‘반도’가 인물의 감정에 따라가며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케이퍼 무비에 가까운 영화니까 관객들이 정석을 따라갈 수 있게 복선을 그리는 연기를 했죠. 인물에 굴곡이 많아도 영화에 도움이 될 거 같지 않았지만, 평면적이어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감정선만 따라올 수 있게 정석의 심경변화를 조금씩만 살렸어요. 매형과의 애증이나 민정(이정현) 가족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지점으로 정석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요.”
‘반도’는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영화가 개봉을 미룬 상황에서 처음 선보이는 큰 규모의 한국영화다. 해외에선 ‘반도’의 개봉에 맞춰 극장 문을 다시 여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강동원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외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코로나19 국면이 시작하면서 사람이 혼자 살 수는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우리나라는 상황이 나았지만, 외국은 아예 봉쇄령이 내려진 곳도 있었고요. 가족들끼리 외출도 못하고 친구도 만나지 못했죠. 자유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는 시간을 많은 사람이 겪었다고 생각해요. ‘반도’에서 막연하게 상상하고 정석을 연기했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진짜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는 며칠 동안 저를 가둬놓고 일하진 않았으니까요.”
강동원은 연기 외에 하고 싶은 일을 묻자 곧바로 “특별히 없다”고 답했다. “영화 만드는 것 말고 잘할 일이 없다”면서도 “영화 만드는 게 진짜 즐겁다”고 강조했다. 매번 출연작을 고르는 기준도 ‘배우’가 아닌 ‘영화인’의 태도에 가까웠다.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서 재미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있고, 정치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긴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이때쯤이면 이런 얘길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 때도 있고요. 또 인간적인 드라마에 관해서 우리가 한 번 얘기해볼 가치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할 수도 있어요. 늘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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