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영동한의원 진료원장(침구과 전문의)
가끔 진료를 하다보면 갓 두 돌이 넘은 아기가 심하게 기침을 하며 엄마에게 안겨서 오는 경우가 있다. 이상하게도 감기가 왜 이리 오래 가느냐며 그의 근심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신 흘러내리는 아이의 누런 코를 닦아주 않으면 안 되는 부모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가 아픈데, 불안하고 걱정스럽지 않을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이렇듯 10일 이상 계속되는 기침은 뭔가 호흡기 계통에 문제가 생겼다는 위험신호가 맞다. 특히 감기를 앓은 뒤 진정되지 않는 기침과 누런 콧물은 단순 코감기가 속칭 축농증으로 불리는 급성부비동염으로 발전했을 수 있다는 신호다. 코감기 때처럼 콧물이 수시로 나오고 머리가 무겁게 아프며 집중이 잘 안 될 때는 무엇보다 급성부비동염을 의심해봐야 하는 이유다.
부비동이란 얼굴뼈 속에 있는 5개의 빈 공간들로, 각각 비강 내(콧속) 작은 구멍이나 터널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 세균성 염증이 흘러들어 고이거나 부비동 내 점막을 두텁게 변질시키는 상태가 말 그대로 농이 쌓이는 축녹증(부비동염)이다.
감기가 급성부비동염으로 발전하면 누런 코가 나오고 밤낮으로 심한 기침을 해댄다. 분비물이 코를 통해 목으로 넘어가 기관지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아침에는 이 같은 증상이 더 심해져 가래가 끓고, 심지어 헛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부비동염이 만성화되면 누런 콧물이 나오고 코가 목 뒤로 넘어가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감기에 자주 걸리는 사람들이 만성 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확장증을 합병하기 쉬운 이유다. 급성 부비동염을 제 때 치료하지 못하고 놔두게 되면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만성화 단계로 넘어간다. 만성이 되면 누런 고름 형태의 화농성 콧물이 동반된다. 현대의학은 이를 항생제를 투여, 염증을 일으킨 세균을 없애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하지만 한의학은 이와 조금 다른 치료방식으로 접근한다. 발병 원인을 폐장과 비장 쪽에 나쁜 바람이나 한기, 습기가 스며들면서 발열과 더불어 발증(發症)을 일으키게 된 것으로 보는 까닭이다. 한마디로 폐장과 비장에 침범, 경락을 방해한 한사(寒邪), 풍사(風邪), 습사(濕邪))를 다스러야 만성화를 막고, 증상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흔히 일어나는 급성 부바동염은 코막힘, 콧물과 함께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후맹(嗅盲) 증상을 유발한다. 또한 염증이 있는 부비동 부위나 양쪽 뺨 광대뼈를 누를 때 압통증을 느끼게 되며, 두통이나 미열, 권태감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다.
만성 부비동염은 유소아의 경우 코막힘, 누런 콧물, 만성 기침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취학기 이상의 어린이는 목으로 넘어가는 콧물 증상이나 목이 아픈 것을 주로 호소한다. 이것이 더 진행되면 두통과 함께 후각이 둔감해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비용(鼻䇯), 즉 콧속에 물혹이 생기기도 한다. 편도 및 아데노이드 염증이나 중이염, 기관지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것은 감기 합병증으로 발병하는 것이며, 만성 기관지염이나 기관지 확장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소아 부비동염의 주요 원인은 앞서 설명한대로 감기이다. 코감기로 인해 생긴 염증이 부비동으로 흘러들어 병증이 확산되는 것이다. 만 3세 정도의 유소아에게서 발생빈도가 높아 더 주의가 필요하다.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기관지 천식 등 알레르기 계통의 호흡기 질환을 가진 어린이는 만성 재발성 부비동염을 더 합병하기 쉬우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비용, 아데노이드 비대와 같이 본래 코가 잘 막히는 질환을 갖고 있을 경우에도 부비동염에 잘 걸린다.
여러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며 호흡하는 유아원, 유치원 등에서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끼리 서로 감기 균을 옮기는 예가 많다. 그렇게 옮긴 감기가 일단 나았다가 다시 재발하기를 거듭하다 보면 어느 새 부비동염까지 합병하게 되기 십상이다. 아이들이 감기 증세를 보이면 지체없이 치료를 하고,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와 함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돌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