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숨결] 89세 COPD 환자 K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방의숨결] 89세 COPD 환자 K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한방의숨결] 89세 COPD 환자 K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기사승인 2020-07-28 17:02:45
영동한의원 김남선 대표원장(한의학박사)이 중증 폐질환 치료 시 복합한방약물요법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녹용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방약물요법의 폐질환 치료 목표는? 증상완화와 삶의 질 개선이 최우선
#글//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 박사)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은 한 마디로 중증 폐섬유화 현상으로 폐가 굳어 숨 쉬기가 어려워지는 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45세 이상 성인 남자의 19.4%, 여성의 7.9%가 COPD를 갖고 있다.

사망률도 8위에 올라있다. COPD가 암과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만성 소모성 질환과 함께 5대 고위험 사망원인 질환으로 꼽히고 있는 이유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발병 초기에 잡지 못하고 만성화 단계에 들어선 환자들이 너무 많은 까닭이다. COPD도 가벼운 경우 적절한 치료와 생활관리로 위험도를 얼마든지 낮출 수 있다.

관리만 잘 하면 평생 높은 삶의 질을 누리며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당뇨와 같다. COPD 환자들이 치료와 관리를 제대로 못할 경우 건강을 유지할 수 없고, 천수도 제대로 누리기 어렵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월 89세 일기로 끝내 타계해 많은 아쉬움을 남긴 의사 K씨는 가히 타산지석의 사례로 삼을 만하다. K씨와 나의 인연은 5년 전으로 거술러 올라간다. 그의 나이 84세 때였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담배를 하루 2갑씩 피운 헤비 스모커였다. 그러나 2015년부터 갑자기 평지에서도 제대로 걷기가 힘들 정도로 조금만 움직여도 몹시 숨이 찼다. 기침 발작과 함께 가래도 들끓었다.

병원을 찾은 그에게 호흡기 내과 전문의가 내린 진단은 다름 아닌 COPD. 폐기능 검사 결과 약 30% 밖에 폐호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당장 담배를 끓을 것을 권고했다. 그는 담배를 바로 끊고 요양을 시작했다. 그러나 병세는 일진일퇴를 거듭할 뿐이었다. 좀 낫는가 싶으면 다시 나빠지기를 반복했다.

K는 현대의학의 치료를 받으면서 한의학의 도움도 받고 싶었다. 나중에 그는 당시 마음가짐에 대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5년 전 필자와 새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다.

K는 필자가 처방해준 한방약물요법과 침술, 아로마요법 등 호흡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았다. 그러자 숨쉬기가 한결 편안해졌고, 기침 발작도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효과는 4년을 갓 넘기는데 그쳤다. 올해 초 걸린 독감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하필 코로나19가 전파되면서 온 국민이 비상 상황에 돌입한 시기였다. 병원 이용에 어려움이 따르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혹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 문을 닫게 될까봐 전전긍긍, 약 처방을 해주며 웬만하면 집에서 요양을 하도록 권했다. 병원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를 댔다.

결국 K씨는 호흡곤란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을 했으나 되살아나오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한방약물요법을 곁들이면서 뚜렷한 증상개선과 삶의 질 호전을 한동안 경험했으나 뜻밖의 코로나19 비상시국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만약에 그가 좀더 일찍 담배를 끊고, 1~2년이라도 더 일찍 전문적 치료를 받았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결과는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병세가 깊어지기 전, 초기 단계에서 병증을 잡으면 건강을 회복하기가 한결 쉬워지는 까닭이다. 면역력도 마찬가지다. 

한방약물요법의 폐질환 치료 주안점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먼저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올려줌으로써 일상생활을 힘들지 않게 영위하도록 돕는 데 있다. 이어 폐기능을 회복시켜 섬유화 현상으로 굳은 폐포의 재생력을 북돋워주는 작용도 한다. 그래야 폐 기능 재활에 성공, 100세 장수를 누리게 된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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