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희란 인턴기자=라면을 끓여 먹으려다가 화재가 발생해 중상을 입은 인천 초등학생 형제가 과거 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17일 경찰과 법원에 따르면 화상을 입은 초등생 형제의 어머니 A씨(30)는 큰아들 B군(9)을 수차례 폭행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 장애(ADHD)를 앓고 있다. ADHD는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하며, 행동 통제가 안 되는 장애로 어린아이나 청소년에게 종종 나타나는 장애다.
A씨는 과거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A씨는 자녀들을 폭행했을 뿐만 아니라 자주 방치해 아동복지법상 방임 혐의와 신체적 학대 혐의 등을 적용받았다. 경찰은 A씨를 불구속 입건한 뒤 지난달 18일 아동보호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동보호사건은 법원이 아동학대 범죄자에 대해 보호처분을 내리는 조치를 뜻한다.
앞서 지난 5월29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B군 형제를 A씨로부터 분리해 아동보호시설에 위탁하게 해달라는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한 적도 있다. 그러나 법원은 분리 조치 대신 B군 형제가 1년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과 치료를 받을 것을 결정해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B군 형제는 지난 14일 오전 11시1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의 한 4층짜리 빌라 내 자택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화재가 발생해 중화상을 입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등교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을 받고 있어 집에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어머니인 A씨가 집에 없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사고를 당했다.
B군 형제는 현재 서울 한 병원 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B군은 전신의 40%에 3도 화상을 입어 위중한 상태이며 그의 동생은 상태가 다소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군 형제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와 자활 근로비 등 160만 원 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는 중에 스스로 끼니를 챙기기 위해 일어난 일이어서 더욱 가슴이 아프다”면서 “코로나19로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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