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단풍을 만끽하기 위해 등산길에 오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을 산행 중 흔히 발생하는 감염병은 벌레를 매개로 한 질환이지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까지 겹쳐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인파가 몰리면서 오히려 밀집·밀접한 환경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종류에 상관없이 뭐라도 써야 침방울이나 바이러스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앞뒤 사람과 거리가 있거나 혼자라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 옆에 누군가가 있으면 친한 지인일지라도 마스크를 써야 하고, 케이블카를 탑승한다면 (밀폐‧밀집‧밀접 환경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당연히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행 중이나 케이블카 탑승시 마스크의 종류를 다르게 쓰는 것보다는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면서 “망사마스크를 제외하고는 뭐라도 써야 침방울이나 노출되는 바이러스 양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코와 입을 가리고 정확한 방법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마스크를 쓰고 벗을 때에도 등상 상황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평지를 걷는 중이라면 숨이 많이 차지 않을 것이다. 이땐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하기 보다는 그냥 쓰고 있는 것이 좋다. 마스크 겉면을 만지면서 오히려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오르막길에서는 숨이 차기 때문에 마스크를 중간 중간 벗는 것이 필요하나, 주위에 사람이 없는 곳을 피해야 한다. 때문에 당초 산행을 계획할 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간대와 장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등산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행지 방문과 단체모임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 교수는 “모임을 갖는 것도 결국 같이 어울리며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대화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행 에티켓을 당부했다.
산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싶을 땐 손소독제를 챙겨가거나 손을 씻을 때까지 얼굴을 만지지 않아야 한다. 그는 “기구를 통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소독제를 사용하라고 말하지만 여러 기구를 사용할 때 마다 소독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 있다”면서 “손으로 만졌다고 해서 감염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눈, 코, 입 등 점막이 있는 얼굴을 만지지 않고 가능한 빨리 손을 씻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산행 중에는 가을철 흔히 발생하는 고전적인 감염질환에도 유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이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쯔쯔가무시증은 털진드기 유충이 활동하는 10월~11월에 호발하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은 주로 5월~10월에 발생한다. 진드기 매개 감염병은 치료제나 백신이 없으므로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일명 ‘화상벌레’라고 알려진 청딱지개미반날개는 ‘페데린’이라는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피부에 닿기만 해도 화상과 비슷한 염증과 통증을 일으킨다. 물거나 쏘지는 않지만 벌레에 닿거나 손으로 벌레를 터트림으로써 페데린이라는 체액에 노출되면 페데레스 피부염이 생긴다. 형태는 폭 1㎜, 길이 7-8㎜로 매우 가늘고 작으며, 전체적으로 검은색과 붉은 색을 띠고, 복부 중간의 딱지 날개는 파란색 또는 초록색의 금속성 광택을 나타낸다. 화상벌레로 인한 피부염은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지만, 페데린이 묻은 손으로 눈과 같은 특정 부위를 긁으면 결막염이나 각막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 질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야외활동 시 긴옷, 모자, 장갑, 목이 긴 양말 등 몸을 보호하는 옷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휴식을 가질 땐 풀숲에 옷을 벗어놓지 말고 돗자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귀가한 후에는 몸에 벌레 물린 상처(또는 홍반성 물집)가 있는지 확인하고, 발열이나 근육통, 결막충혈 등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보건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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