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은 희귀 난치성 혈액 암으로 잦은 재발과 기존 치료에 대한 불응이 불가피하다. 다발골수종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재발과 치료 차수가 증가할수록 증상이 악화되고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생겨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어지게 되는데, 환자는 결국 죽음의 문턱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과적이고 내약성을 갖춘 치료제를 초기 치료 단계에서 사용해 효과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장기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최근에는 다양한 치료제들이 출시됐고, 국내 다발골수종 치료환경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산들이 있다. 모든 치료제를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접근성이 갖춰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다발골수종 치료는 재발이 잦기 때문에 처음부터 효과가 좋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핵심인데, 1차 및 2차 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는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에는 매우 제한적이다.
다라투무맙이라는 신약은 지난 해 말부터 올 초까지 총 5가지 적응증에 대한 4가지 병용요법을 허가 받았다. 새롭게 진단된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은 다발골수종 환자부터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식은 다양한 치료옵션의 유무가 생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더 없는 희망이 되었지만 그 또한 잠시 뿐이었다.
문제는 병용요법에 신약이 추가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보험급여가 되었던 약제까지 포함해 환자 본인부담이 100%가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새롭게 진단된 조혈모세포이식이 적합하지 않은 다발골수종 환자에 대한 다라투무맙, 보르테조밉, 멜팔란 및 프레드니솔린과 병용요법은 신약이 추가되었기 때문에 4가지 약제가 모두 100% 환자 부담이다.
또한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에 대한 보르테조밉 및 텍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도 신약이 포함돼 환자가 모든 경제적 부담을 안아야 한다. 결국에는 메디컬푸어로 가게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두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식약처 허가만 받으면 무엇 하겠나? 이러한 기이한 보험 구조로 인해 대다수의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신약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문제는 하루 빨리 해결 되어야하는 사안이다.
신약 병용요법이 허가된 지 1년이 가까이 다 되도록, 급여 허가 이야기는 깜깜 무소식이다. 오늘도 하루 빨리 치료제 사용이 시급한 다발골수종 환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급여평가제도의 구조 특성상 신약 투여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희망 고문’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당국은 항상 재정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법을 망각하지 말고 어서 하루 빨리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보장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