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소연 기자 =# “고용주가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다며 경비 노동자 대부분을 휴직시켰습니다. 그런데 야간에 경비해줄 사람이 필요하다며 출근을 지시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도 월급이라며 돈을 받은 만큼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되며 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경제난 등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있지만 혜택이 적절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에 따르면 30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 노동자가 코로나19로 인해 겪는 피해는 심각했다. 민주노총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30인 미 ‘작은 사업장’ 노동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7일부터 같은 달 16일까지 설문조사(95% 신뢰구간에 최대허용오차 ±3.1%p)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13.4%가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을 경험했다. 임금 감소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 중 18.4%는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1월 대비 월평균 39만4000원의 임금이 감소됐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 다수는 정부의 고용유지 및 실직자 대책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다. 휴업수당의 90%를 지급하는 ‘유급휴업·휴직 고용유지지원금’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응답자는 8.3%에 불과했다. 없다 18.3%, 잘 모른다 73.4%에 달했다. 무급휴직자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3개월간 지급하는 ‘무급휴직 신속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82.2%에 잘 모른다고 답했다. 혜택을 받고 있다 3.6%, 혜택을 받고 있지 않다 14.2%로 집계됐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5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에 대해서도 74.8%는 잘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혜택을 받고 있다 6.4%, 혜택을 받고 있지 않다 18.8%였다.
무급 휴직자에게 지원되는 고용유지지원금을 회사가 가로채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인천의 한 작은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근무하지 않은 기간에 대해서는 전부 무급 처리 됐다”며 “회사에서는 지난 8월과 9월 월급은 계좌로 이체받고 현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해서 돌려줬다. 정부에서 지원금이 많다고 하는데 전부 무급인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작은 사업장 노동자뿐 아니라 몸집이 큰 기업 노동자들도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여행·항공업계가 대표적이다. 지난 8일에는 ‘강제휴직’ 상태였던 국내 항공사의 승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휴직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에서는 경영난 등을 이유로 지난달 14일 직원 605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정리해고로 기록됐다.
정부의 지원금이 지난 9월부터 종료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문제다. 각 업체의 신청 시점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 제공이 이미 중단됐거나 중단을 앞두고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수준도 기존 휴업·휴직수당 90%에서 67%로까지 떨어졌다. 오는 2021년 고용유지지원금이 새롭게 집행되기까지 일부 노동자들은 어려움을 토로할 것으로 보인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A씨는 “지원금이 종료된 후에는 회사 방침에 따라 탄력적으로 출근을 하거나 희망퇴직을 하게 될 것 같다”며 “다시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돌아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유지를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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