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청춘은 망했다'...군사독재시절 사북의 이야기

'이번 청춘은 망했다'...군사독재시절 사북의 이야기

정선출신 강기희 작가 신작 출간...19일 출판 기념회

기사승인 2020-11-18 14:04:36 업데이트 2020-11-18 21:29:53
[정선=쿠키뉴스] 박하림 기자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총에 맞아 서거했다.

비상 선포된 계엄령으로 전국이 얼어붙었고, 강원도 두메산골 정선 땅도 예외될 수 없었다.

12·12 쿠데타와 광주항쟁의 공포는 공수부대 진압군으로 참여한 친구 형의 입을 통해 정선에도 흘러들어갔다.

이후 정선 사북에서도 광부들이 임금 소폭 인상에 항의하며 이른바 '사북사태'라고 불리는 노동항쟁을 일으켰다.

이로 인해 수많은 광부들과 그들의 가족, 친척, 지인들이 정선경찰서로 끌려갔다.

주인공 민철은 당시 정선경찰서 ‘사북사건수사본부’ 고문실에서 벌어진 참상을 몰래 들여다보다 자신도 보안대의 감시망에 걸리게 된다.

사북의 공포가 끝나기도 전에 정선에선 삼청교육대의 망령이 거리를 떠돌았고, 주인공 민철의 형이 삼청교육대로 끌려가는 등 정선은 또다시 크게 술렁거린다.


정선을 무대로 한 장편소설 ‘이번 청춘은 망했다’는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0·26사건부터 1979년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군부세력이 반란을 일으킨 12·12사태, 1980년 9월1일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까지 있었던 굴곡진 현대사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눈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자유를 꿈꾸던 청춘들이 겪는 일탈과 방황 그리고 쿠데타와 억압을 통해 권력을 잡아나가던 전두환 신군부의 만행이 그려진 소설이다.

40년 전 정선의 청춘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았으며, 지금은 사라진 평화극장과 정선극장 등 정선의 건물과 거리를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작품이기도 하다.

해당 소설을 펴낸 강기희 작가는 정선 출신 소설가이다.

강 작가는 “40주년을 맞아 당시 역사를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끝내고 나니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내 청춘이 망했다는 생각이 들어 제목을 ‘이번 청춘은 망했다’로 정했다”고 말했다.

강 작가의 ‘이번 청춘은 망했다’ 출판기념회는 19일 오후 6시 정선 아리샘터 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사북 출신으로 ‘사북사태’를 직접 겪은 가수 박경하씨와 1979년 MBC강변가요제 출신 이정황 영화감독 등이 참석한다.

한편 강 작가는 지난 9월 연산군의 아들이자 세자인 이황이 중종반정으로 인해 정선으로 유배 와서 죽임을 당할 때까지의 역사적 사실을 다룬 ‘연산의 아들, 이황’을 출간했으며, 최근 ‘1980년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다’라는 부제를 단 소설 ‘이번 청춘은 망했다’를 잇따라 출간했다.

hrp118@kukinews.com
박하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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