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점차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 예방 & 치료
#글// 김남선 영동한의원 대표원장(한의학 박사)
코로나19 감염자의 가장 흔한 증상이 마른 기침이 아니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통계청(ONS)이 지난 8월 15일부터 10월 26일까지 코로나19 감염자들의 증상을 조사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미각과 후각의 상실'이었다는 것이다. 국내 한 언론이 25일 영국 더 선 등 외신을 인용, 보도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환자에게서 가장 흔한 증상은 미각과 후각의 상실, 고열, 기침 순이었다. 연령대별로 코로나19 증상에는 차이가 있었으나, 기침 증상을 보이는 감염자는 모든 연령대에서 20%를 넘지 않았다.
이는 그간 정설처럼 꼽혀온 마른 기침이 사실 코로나19의 주 증상이 아니라는 뜻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만약 이 조사결과가 참이라면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기침을 하게 됐다는 이유로 동승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코로나19 감염 우려까지 상당 부분 불식시킬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여서다.
정작 마른 기침을 유발하는 질환은 어떤 것일까. 기침발작을 일으키는 폐렴 말고도 폐기종, 폐섬유화증, 기관지 천식, 범발성 모세기관지염 등이 꼽힌다. 모두 숨길에 낀 이물질에 의해 숨통이 막히고, 이로 인해 우리 몸이 그 이물질을 몸밖으로 배출하는 생리적 반응과정에서 기침발작이 일어나는 질환들이다.
이들 질환 중 최근 들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이 폐섬유화증이다. 코로나19에 의한 폐렴은 물론 폐암이나 폐기종, 석면폐 등 진폐증 환자들이 호흡곤란을 겪게 되는 것도 알고보면 폐섬유화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합병증으로 폐섬유화증이 나타나 폐가 딱딱하게 굳어 숨쉬기가 어렵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폐는 몸속에 들어앉은 장기다. 하지만 호흡기관인 코‧입‧기관지와 연결돼 있어서 외부에 노출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담배 연기, 오염된 공기, 바이러스 등 공기 중 유해물질이 폐로 들어오기 쉬운 구조란 얘기다. 이들 유해물질의 호흡기 자극이 계속되면 폐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그 중 하나가 폐가 점차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화증이다.
증상이 심해지면 폐 기능이 뚝 떨어지고, 합병증이 생겨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폐섬유화증이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이고, 이를 피하고, 증상더 완화시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심각한 호흡곤란 일으키는 폐섬유화증
거듭 말하지만 폐섬유화증은 폐 조직이 점차 굳어서 심각한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정의된다. 의학계는 여러 가지 요인이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 염증이 치료되는 과정에서 폐의 섬유세포가 증식해서 서서히 딱딱해지는 섬유화 현상이 반복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는 우리 몸의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 장치다. 하지만 폐의 섬유화가 진행되면 폐 벽이 두꺼워져서 혈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이 때문에 환자는 점차 숨쉬기가 힘들어진다.
▶한번 손상된 폐 조직은 다신 회복 안 돼
폐섬유화증의 병세가 좋지 않은 경과를 밟는 것은 아직도 뚜렷한 완치법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폐섬유화증이 진행된 폐 조직은 다시는 건강하게 회복, 개선되지 않는다.
일단 섬유화가 시작되면 그 범위가 조금씩 넓어져서 폐의 기능이 점차 약해진다. 병의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차이가 있어 다르다.
폐섬유화증 환자가 진단 후 죽지 않고 5년을 버틸 확률은 약 40%, 10년을 생존할 가능성은 약 15%밖에 안 된다.
폐섬유화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이 있는 사람이 특정한 자극에 계속 노출될 때 발생한다는 것 정도이다.
폐섬유화증에 영향을 주는 자극 요인은 △담배 △오염된 공기 △바이러스 등이다. 이 중에서도 장기간의 흡연은 폐섬유화증에 단초를 제공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오래 살기 위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증상 완화를 위해 금연실천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다.
▶합병증 발생하면 사망 위험 쑥 높아져
폐섬유화증의 문제는 폐가 점차 딱딱해져서 호흡이 힘들어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여러 가지 합병증으로 이어져서 사망 위험을 높인다.
우선 서서히 호흡하기가 힘들어지게 된다. 점차 병이 악화되면 산소 공급 부족으로 저산소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장질환을 합병하기 쉽다. 치명적인 폐렴과 폐색전증 합병위험도 높아진다.
폐섬유화증 환자의 호흡곤란 사망률은 약 40%, 심장질환 사망률은 약 30%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악순환은 폐 기능이 떨어지면서 도미노처럼 발생한다.
▶폐섬유화증 예방과 관리는 이렇게
폐섬유화증이 한 번 시작되면 불이 난 후 화재를 진압한 것과 비슷하다. 불은 꺼졌어도 이미 불에 탄 물건은 다시 자동으로 복구되진 않는다.
일단 폐섬유화증이 시작돼 폐가 손상되면 다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가 없다. 의학적으로 병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거나, 천천히 진행되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폐섬유화증은 완치 약이 없기 때문에 발병 전후 예방과 조기 진단이 가장 좋은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는 절대 금연생활 실천과 더불어 대기오염이 심하거나 유해물질이 많은 곳에서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실내공기도 자주 환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빨리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폐섬유화증 진행 억제에 도움 되는 약재
한의학에선 폐섬유화증을 단기(短氣)‧해수(咳嗽)‧천증(喘症) 등의 범주에 속하는 병증으로 본다. 정허사실(正虛邪實), 즉 기가 허약한 상태에서 외사(外邪‧외부의 안 좋은 기운)가 폐 속으로 침투해 폐기(肺氣)를 손상시킨다는 것이다.
이 병에 대한 한의학적 처방이 바른 것을 부양하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부정거사(扶正去邪)’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이유다. 여기에 염증 반응을 개선시켜 폐의 섬유화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한약재를 사용한다.
한방고전 '동의보감' 등에는 오미자‧전호(前胡)‧반하(半夏)‧길경(桔梗) 등과 같은 약재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오미자는 진액을 생성하는데 도움을 주어 폐를 윤택하게 하고, 전호는 미나리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인 생치나물의 약명이다. 동의보감에 모든 기병을 치료하는데 이롭다고 기록돼 있다.
또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끼무릇’이라고도 하는 반하는 기침을 억제하고 가래를 삭이는 작용이 뛰어난 약재다. 길경(도라지)은 염증성 고름을 배출하는 배농작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