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금융당국이 일본식 공매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증권금융이 개인의 공매도 참여 확대와 접근성 향상을 위한 한국형 시스템을 제안했다.
한국증권금융은 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개인 대주 접근성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국내 공매도 환경, 개선을 위한 시스템 구축 대안 등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토론회 주제 발표를 맡은 유원석 강남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거래대금(4576조원) 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64.8%(2964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공매도 거래대금 103조 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1.1%(1조)에 그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98.1%(102조)를 차지하지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공매도를 위한 주식 대여가 외국인과 기관에게 더 유리해서라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외인과 기관은 약 68조원 규모의 대차시장에서 주식을 차입해서 공매도에 활용한다. 대부분의 종목에 공매도가 가능한 환경"이라며 "반면 개인은 증권금융과 증권사의 대주서비스를 이용해서 공매도를 한다. 공매도 가능종목에 제약이 많고, 신용위험과 결제위험 등으로 대차시장 참여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현재 주식을 빌려주는(대주) 증권사는 현재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대신증권, SK증권, 유안타증권 등 6개사에 그친다. 대주 재원도 한정적이고,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일본에서는 개인 공매도가 매우 활성화 되어있다. 신용융자를 지원하는 모든 증권사가 신용대주도 제공하고 있으며, 담보주식도 자유롭게 활용하는 상태다. 중앙기관이 원활한 대주가 가능하도록 증권사들을 집중 지원해서다. 대주 가능 종목을 사전에 공시하고, 증권사는 개인투자자에게 주문을 받아 자금 또는 주식을 자체 조달해서 주문을 체결한다. 부족한 자금과 주식은 일본증권금융에서 공급한다.
다만 일본식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국내 현실과 맞지 않는 한계점도 있다. 유 교수는 “일본에서는 후차입 선매도(일시적 무차입)을 허용하는 데, 국내에서 무차입공매도를 금지하는 것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에서 담보주식 활용은 고객 동의가 필수적인데, 대주풀 확대를 위해서 동의징구 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 증시 현황에 맞춘 ‘K-대주시스템’ 제시
증권금융은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을 한국 증시 현황에 맞게 개선할 수 있도록 3단계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증권금융 내에 대주 활성화 전담팀을 구성, 증권사들의 대주 취급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담보 주식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담보 활용 동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대주 재원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또 대주 거래를 원활하게 지원하도록 할 K-대주시스템 구축도 제시했다. K-대주시스템은 대여 가능 주식 수를 실시간으로 중앙관리 하는 방식이다. 증권사가 통합시스템에서 종목별 대주 가능 수량을 확인하고, 투자자 수요에 맞게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김태완 증권금융 기획부장은 “현재는 증권금융이 대주 종목별 수량을 증권사별로 사전에 나눠주고, 증권사들이 받은 것 빌려준다. 문제는 어떤 증권사는 주식이 남고 어떤 곳은 모자라 고객 주문이 처리되지 않기도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시스템이 도입되면 수요에 따른 효율적 배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증권금융은 해당 시스템을 통하면 일시적인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고도 한국식으로 대주 재원 활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금융은 이같은 조치들을 통해 대여 가능 주식 규모를 지난 2월말 기준 715억원에서 향후 1조4000억원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제도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논의됐다.
먼저 현재 신용공여나 대주 모두 신용공여 한도로 잡혀있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마진율이 높은 쪽으로 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투자자들에게 대주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연구원 장근혁 연구위원은 “대주 동의한 이들에게는 신용융자 이자를 좀 할인해주는 등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제도 확대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대응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요분석과 제도에 대한 인식 제고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는 “개인들이 근본적으로 공매도 수요가 있나를 짚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인버스 상품에 대한 투자 동향이 있지만, 지수가 아닌 종목에 대한 공매도 수요가 있는지 수요조사가 선행되어야 하지 않나”며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건데 개인 참여도 떨어지고 공매도 수요도 불확실하지 않나”고 지적했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대주물량 확보하는 내용이 다소 우려스럽다. 현재 신용 물량에서 개인들의 동의 비중은 50%가 되지 않는다”며 “동의를 넓힌다고 하더라도 개인들이 어느 정도 동의할 것인가가 대주물량 확보에서 중요한 이슈인데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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