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이 종목 긴급 소식 나왔네요…이거 몰랐으면 낭패 볼 뻔"
"주식 미공개정보 뿌립니다…아래 링크로 몇 분만 받습니다"
"대화방 링크 들어와서 연락처 남기세요. 중요 정보 몇 명에게만 공유합니다"
주식 종목 토론 게시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시물들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이들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정보'를 알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문자 연락 및 특정 SNS 단체 대화방 입장을 유도한다. 해당 게시글에는 "정말 감사하다, 이 정보 몰랐으면 큰일 날뻔 했다", "덕분에 수익 났다"는 내용의 댓글이 2~3건가량 달린다.
이같은 게시물들은 장 시작부터 수백여개의 게시판에 게재됐다가 장 마감 즈음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게시판마다 게시글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작성자와 댓글을 남기는 이들은 대체로 동일인이다.
대체 이들이 누구길래 주가 급등락의 핵심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인가. 기자가 직접 수십여 건을 찾아 들어가 본 결과, 모두 사설 주식리딩업체의 광고인들이었다. 유사투자자문업체의 서비스 홍보인 것.
유형은 크게 두 가지였다. '정보 줄 테니 연락처를 남기라'는 유형,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등 단체 대화방' 입장을 유도하는 경우다.
첫 번째 유형의 경우 확인을 위해 연락처를 남기자 다음날부터 여러 통의 '안부 문자'가 오기 시작했다. 문자의 내용은 주로 "잘 지내시냐, 유료 서비스 저렴하게 해드리니 수익 보고 가시라"는 것이다. 확인 후 해당 연락처를 차단했으나, 번호를 바꾸어 반복적으로 광고 문자가 날아왔다.
SNS 단체 대화방 입장 유도는 가장 많은 유형이다. 대화방에서는 운영진들이 특정 종목에 대해 매수·매매 리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초기에는 무료로 종목 추천을 하다가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유료서비스를 안내한다.
이처럼 투자조언을 하고 투자자들에게 대가를 받으려면 금융감독원에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가 되어 있어야 한다. 미신고 업자가 유자투자자문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신고 업체 여부는 '금감원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에서 업체명 또는 사업자번호 등을 입력하면 조회가 가능하다.
대화방에 직접 들어가 금감원 신고 여부 확인을 시도해봤다. 그러나 대다수의 리딩방 운영진은 '금감원에 신고된 업체냐'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고, 기자는 번번히 대화방에서 강퇴(강제 퇴장) 당했다. 문의 메시지는 번번히 관리자에 의해 '가림' 처리됐다. 유료서비스 이용 안내 전화번호로도 연락을 시도했으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기 일쑤였다. 확인 요구에 응하는 곳은 소수였다.
리딩방 관계자들은 대체로 '자칭' 전문가들이었다. '투자 전문가, 고수' 등의 문구를 내세워 홍보하고 있으나 입증할 수 있는 자격이나 이력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금융투자업계 근무 이력이 있는 관계자가 있는 곳도 일부 있었으나, 대체로 투자관련 자격증이 없는 일반 투자자가 주식 리딩을 운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한 유사투자자문업자 관계자는 "나는 투자관련 자격증이나, 근무 이력은 없다. 다만 주식 공부를 오래 했고, 투자 기간이 길다"며 "오랜 노하우를 공유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증시 변동에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투자자문으로 수익을 얻으려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도 급증했다. 최근 주식 종목토론 게시판에 중요 정보 공유를 가장한 광고글이 다채로워진 배경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해 영업을 하고 있는 업체는 지난 2018년 말 1116곳에서 지난해 1612곳으로 44.4% 급증했다.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는 2092곳에 달한다.
문제는 누구나 신고만 하면 유사투자자문업자로 등록하고,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비전문가이거나, 불법적인 이득을 목적으로 자문업을 영위하는 곳을 개인 투자자들이 걸러내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무료로 종목 추천을 하는 경우도 문제 소지가 없지 않다. 이들 중에는 특정 종목을 미리 매수해놓고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권유하는 곳도 있다. 투자자들에게 권유해 시세조종을 하고, 주가를 올려 차익을 실현해 이득을 보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점검을 통해 무인가·미등록 영업 48건을 적발해 경찰에 넘겼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자가 회원들의 자금을 이용해 추천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고, 회원들의 매매를 유도해 수익을 남긴 사건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한국거래소도 유사투자자문업자가 리딩방을 개설한 후 자신이 매수한 종목을 추천한 경우 등의 불공정거래 33선에 대한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 및 유관기관에서 모니터링 및 적발에 나서도 피해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 업체는 급증하는 반면, 감시망 및 인력이 한계가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감시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투자자가 불법 업체에 얽혀 손해를 보거나, 불법행위에 연루되어 처벌받지 않으려면 제도권 업체를 이용하고, 불확실한 사설 업체들을 검증 없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