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한국타이어 대전·금산 공장에서 질병·사고 사망 노동자 수는 지난 1993년부터 최근까지 190여명으로 파악된다. 원인 미상으로 사망한 노동자 수를 더하면 사망자수는 200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이하 산재협의회) 관계자는 전했다. 한국타이어가 '노동자 죽음의 공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죽음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07년. 당시 노동자 15명이 숨지는 집단 사망사건이 발생하자, 노동부가 특별감독을 통해 1400여건에 이르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항을 적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5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 8500만원을 받은 바 있다.
노동자 사망의 주요 원인은 사고 사망 이외에도 심근경색·심장질환·뇌출혈 등 돌연사가 다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있다고 산재협의회 측은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의 원인은 '열악한 노동환경'이라는 법원 판례도 있다.
지난 2018년 한국타이어에서 15년간 생산관리팀 등에서 일하다 유독물질에 중독돼 폐암으로 사망한 안 모 씨의 유족이 한국타이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타이어 제작 과정에서 발생한 화학물질로 인한 사망은 한국타이어의 책임 이라며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폐암 발병에 대한 객관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 작업환경을 폐암 발병원인으로 봐야 한다"며 "한국타이어가 마스크 독려 행위만으로 충분히 안전 배려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법원 판결에도 한국타이어 노동자 사망 사고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망 사고 이면에는 노동 당국의 부실한 감독관리와 한국타이어의 재발 방지 의지 부족 등이 거론된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대전공장에서 작업중 다쳐 발생한 사망사고는 노동부의 한국타이어 정기감독 도중에 발생했다"며 "정기감독은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실시하는 것인데 감독기간 중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은 감독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국타이어에서 중대재해가 다발적으로 발생한 사업장인데 노동부는 그때마다 감독을 진행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여전히 반복되는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사고를 수습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인 감독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의 안전한 작업환경 의지가 보이지 않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산재협의회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발암물질이 함유된 솔벤트(HV-250) 유기용제(시너·솔벤트 등 물질을 녹일 수 있는 액체상태의 유기 화학물질, 휘발성이 강하고 공기 중에 유해가스 형태로 존재)를 장시간 사용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정기적으로 공장내부 공기를 순환시켜야 하지만 타이어 생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환기시설을 가동하지 않는다.
한국타이어는 이에 대해 수백억원을 들여 환기시스템을 구축했고 작업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는 "한국타이어 안전보건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기업의 이윤과 생산성 논리가 (노동자)생명과 건강권을 침해할 수 없게 감시자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회에 표류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온전한 제정을 위해 조지적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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