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판매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는 과정에서 위법행위가 있었고, 고객이 이를 문제 삼아 약정계약의 이행을 거부했을 때 발생한 위약금에 대한 부담은 누가 져야할까. 피해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지워야할까.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이 완전히 없다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종종 그리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을 접할 때마다 드는 의문이다. 최근 제보자 A씨(65·남)에게도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하는 일이 벌어졌다.
A씨와 통신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미성년 자녀의 휴대전화 개통을 위해 엘지유플러스(LGU+)와 판매 위탁계약을 맺은 경기도 안양의 한 판매점을 찾았다. 당시 50만원의 높은 공시지원금이 지급돼 품귀현상까지 벌어졌던 S사의 고가 단말기를 계약했다.
문제는 판매점에 해당 단말기 제고가 없었던 것. 이에 A씨는 타 판매점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동안 계약관련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체됐고, 판매점을 떠났다. 이후 판매사원은 단말기를 수령해 개통한 후 A씨에게 전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이뤄졌다. 개통과정에서 A씨는 계약서를 작성하지도, 보지도 못했다. 판매사원은 판매점에서 개통처리를 해야 하는 제한 때문에 자신이 대신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명을 날인했다. 이후 17개월여가 지난 지금 ‘서명’을 둘러싼 분쟁이 벌어졌다.
A씨가 해당 휴대전화번호를 타 통신사로 이동하려했고, 위약금 21만9600원이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A씨는 개통 당시 24개월 약정에 대한 설명을 못 들었으며 계약서 또한 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약정 전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 발생한다는 문구에 대한 서명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운영주체와 직원이 모두 바뀐 판매점과 휴대전화를 개통해 전달했던 지금은 근무하지 않는 판매사원 또한 관련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판매사원은 자신이 고객 요청에 따라 개통 후 전달을 위해 대신 서명을 남겼다고 시인했다.
다만 약정 위반시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설명했을 것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일상화된 설명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안내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판매점과 통신사 또한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A씨의 사안은 LGU+ 본사 고객보호팀으로까지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분쟁의 발단인 위약금은 퇴사한 판매사원이 전액 부담했다. 판매점도, 통신사도 퇴사직원의 위법행위가 있었던 만큼 귀책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둘 모두 책임을 나눠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A씨가 관리책임 등을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양해’를 구하는 ‘말’뿐이었다.
A씨는 “위법행위가 발생했고, 어떤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물었더니 고객센터 민원실에서는 위법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 필적감정을 받아 해당 직원을 고소하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나중에 본사 고객보호팀이라며 연락이 와서는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사과를 하면서도 (해당 직원이) 위약금을 줬으니 양해를 해달라는 말만을 반복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고객에게 고소하라는 말이나 하고 말로만 때우려는 건 기망행위”라며 “퇴사한 직원에게 책임을 물어 위약금을 대신 내도록 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관리감독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려하지 않았다. 판매점에게 불공정계약에 따른 민원발생을 이유로 누적되면 공시지원금 축소 등의 조치가 취해지는 페널티(감점)을 주는 게 전부라더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LGU+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GU+ 관계자는 “판매점들은 개인사업자로 판매위탁을 맺은 계약관계다. 본사에서 위약금을 부담하라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며 개인사업자의 경영에 이래라 저래라 관여할 수는 없다”며 “위법행위가 있었고, 그에 따른 관리책임도 충분히 인정한다. 판매점에게는 페널티가 부여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LGU+ 차원의 구체적인 피해구제나 관리소홀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뚜렷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위기대응 차원에서의 안내방식 변경이나 설명의무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의 필요성에 대한 제안에도 “지속적인 개선을 하고 있고, 모든 계약사실을 알리고 있다. 과거와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는 답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유사한 민원이 십여년째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자 “위탁계약을 맺은 판매점에서 민원이 발생해 알려질 경우 이미지가 손상되고, 방송통신위원회 과징금을 받는 등 피해를 본다”면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사견을 전제로 “위약금을 내기 싫어 17개월 전 문제를 꼬투리 잡은 것 같다”는 말까지 했다.
이와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용자가 이동통신사업자의 약정을 해지하려는 경우 과다한 위약금이 부과돼 이용자의 자유로운 계약해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불투명한 공시제도와 부당한 위약금은 이용자가 자유롭게 선택을 저해해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원금 중 이동통신단말기 제조업자가 지급하는 장려금이 포함돼 있으면 이를 분리해 공시하고 위약금의 상한을 고시하도록 하며, 제조업자로부터 제공받은 판매장려금을 이용자의 위약금으로 청구하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본인이 지난해 9월 발의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A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용자에게 이용요금과 약정조건, 요금할인 등의 중요사항을 설명 또는 고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설명 또는 고지하는 행위 등 금지사항이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점을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설명의무를 강화는 방안을 담아 전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내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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