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를 기레기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 판사를 판레기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에도 공통적으로 국민들의 ‘실망 포인트’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무리한 취재경쟁과 허위 보도, 국민들 공감을 얻지 못하는 법원 판결들. 한때 권위를 가졌던 전문가 집단의 직업윤리의식, 도덕성이 무너지는 순간 국민들은 분노했다.
‘의사’라는 직군에 대한 신뢰는 꽤 견고했다. 일회용주사기를 재사용해 C형간염 집단감염을 일으켜도, 집도의가 아닌 사람에게 대리수술을 시켜도, 의료사고를 내도, 성범죄를 저질러도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룬다는 직업의 특성 때문인지 그 직군을 싸잡아 조롱하는 일은 없었다. 소명의식을 내세우며 환자를 생각하는 의료진이 더 많으니까, 아니 많다고 생각했으니까.
부도덕한 의료진은 일부이겠지만 지난해 8월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들이 분노하기 충분했다. 코로나19 유행 속에서 의료진의 집단 휴진으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발생하고, 의대생 국가고시 논란까지 겹쳐지면서 특권의식을 비판하는 여론은 거세졌다. 최근에는 ‘의료인 면허 취소’ 법안 관련 이슈와 대한의사협회의 ‘백신접종 보이콧’ 언급 때문에 의사 직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 국민이 ‘의료진 덕분에’를 외쳤는데, 이제는 의레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쓰인다. ‘면허’라는 것은 일반인에게 허가되지 않는 특수한 행위를 특정한 사람에게만 허가하는 공식적 자격이다. 그래서 그에 맞는 높은 윤리의식과 공적 책임의식이 요구되는 것이고, 엘리트집단이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 말이 떠오른다. 의사 직군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자격미달 의사를 거르는 장치가 있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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