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남 마사회장의 취임사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최악의 경영난에 빠진 마사회 '경영정상화'를 위한 의지가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그 중심에는 마사회의 숙원인 '온라인 마권발매 도입'이 자리했다.
마사회는 코로나19로 지난해 2월부터 약 4개월간 경마를 중단했다. 이후부터는 말 산업 종사자들의 생계와 경주마 경기력 유지 등을 위해 무관중으로 경마를 진행 중이다. 이로 인해 2019년 영업익 1500억원을 달성하던 마사회가 지난해에는 3000억원 중반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마사회와 장외발매소에서 이뤄지는 마권 구매을 온라인 시장으로 확대해 불법 사설 경마를 줄여 세수를 확보하자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천, 부산·경남, 제주 등 본장 3곳과 장외발매소 30곳에서만 마권 구매가 가능하다. 지난해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마사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온라인 마권 발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마사회법 개정안은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의 거센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농림축산식품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 찬성을 하는 여야의원들과 농림축산식품부사이에서 설전이 오갔을 정도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법안소위를 넘지 못하고 20대 국회 만료와 함께 법안이 자동 폐기됐었다.
정치권은 온라인 마권 발매로 불법 경마 감소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과 말 산업 확대라는 긍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농식품부는 경마가 지닌 사행성 이유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말 산업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경마는 도박이라는 국민적 인식을 외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2008년 법제처의 온라인 마권은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유권해석으로 2009년부터 중단됐다.
하지만 말산업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말산업의 근간인 경마 중단으로 생계위협을 받고 있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말 산업 종사자 단체는 호소문을 내고 온라인 마권 발매 시행은 말 산업 위기를 타개하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요구했다. 말 산업 위기 해법은 온라인 마권 발매가 유일하다는 것이다.
말산업계는 이에 따라 김 회장에 거는 기대가 높다. 김 회장은 제주 출신의 3선 의원 출신으로 제19대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2011년 '말산업 육성법'을 대표 발의해 통과시키는 등 말 산업 전반의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정치권 인사들과 교감을 통해 법안 통과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온라인 발매 도입을 위한 회장 직속 '경마산업 발전위원회'를 두겠다며 온라인 마권 발매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알렸다. '경마산업 발전위원회' 출범에 대한 구체적인 시기나 조직 구성 등은 현재 내부적으로 추진 및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김 회장에게도 사행성 색이 짙은 경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걸림돌이다. 전임인 김낙순 회장도 취임부터 '말 산업 대중화'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쏟아 내며 '공공·공익성'을 전면으로 인식 개선을 노렸지만 '마권구매상한제 관리 미흡', 'VVIP 룸 운영을 통한 고액 배팅 유도' 등 사건이 터지면서 사행성 인식 개선 달성은 이루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은 이에 온라인 마권 발매를 기반으로 마사회 수익성 제고를 노린다는 전략과 함께 '국민과 함께 하는 말 산업 육성 기업 거듭'을 강조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끌어낸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취임사에서 "승마 사업 등 말 산업 다각화를 통한 미래산업으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겠다"면서도 "국민친화적 사업 발굴과 민간의 경쟁력 강화, 농어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을 섬기고 국민과 함께 하는 말 산업 육성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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