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1일 성실 근로자를 울리는 5대 요인을 발표했다.
먼저 월급보다 오르는 생활물가가 지적됐다. 한경연이 고용부(사업체 노동력조사)와 통계청(소비자물가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5년(‘15~‘20년)간 근로자 월급총액은 2015년 299.1만원에서 2020년 352.7만원으로 연평균 3.4% 인상됐지만, 서민들의 밥상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동기간 3.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총액 산정 방식은 정액급여에 초과급여와 특별급여를 합산했다.
규모별로 보면 300인 미만 사업체의 임금은 동기간 3.7% 인상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체의 임금 인상폭(1.6%)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밥상물가의 경우 올해 들어 월별 상승률이 급등하고 있는데, 지난 2월 소비자물가에서 파(227.5%), 사과(55.2%), 달걀(41.7%), 고춧가루(35.0%), 돼지고기(18.0%), 쌀(12.9%) 등이 특히 많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백신 보급과 각국의 재정 확대로 경기회복이 빨라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근로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보다 오르는 세금 문제도 근로자 희망을 꺾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근 5년간(2014~2019년) 근로소득세 결정세액(실제로 낸 세금)은 2014년 25조4000억원에서 2019년 41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10.1% 증가했다.
이는 근로자 소득 총액이 2014년 660조7000억원에서 2019년 856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5.3%증가한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한경연은 정부의 소득세 과세표준 변경(저소득 구간 유지, 고소득 구간 증세) 조치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다.
과표구간을 살펴보면 8800만원 이하 과표구간은 2014년 이후 과세구간이 유지되고 있는데 명목소득이 20.2%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중산층에는 사실상의 증세 효과가 나타나고, 상위구간은 1억5000만원, 3억원, 5억원 등 상위구간을 마련해 증세 조치를 했다.
실직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 재정적자 확대와 실업급여 부정 수급자들의 요인도 성실 근로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은 2018년부터 적자로 전환한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적자 폭도 확대돼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4조7000억원에 달한다. 실업급여 재정 악화는 기본적으로 실업자 증가로 인한 것이지만, 실업급여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실업급여를 받아내려는 얌체근로자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반복신청한 구직자수는 2017년 6만642명에서 지난해 7만9454명으로 3년간 31.0%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지난해 적자분 4조7000억원은 지난해 총소득 860조6000억원의 0.5%에 달하는 수준으로, 근로자들의 고용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재정수지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이 은퇴 이후 받게 될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고 한경연은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2019년 전망할 당시 국민연금 재정수지 적자 전환시점이 2042년, 고갈시점이 2057년으로 전망했었다. 하지만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 전망에서는 적자 전환시점이 2040년, 고갈시점이 2054년으로 앞당겨졌다.
한국인 평균수명이 83.3세임을 참작할 때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현재 50세 이하인 국민연금 가입자는 연금을 일부만 받을 수 있고 32세 이하 근로자는 연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결론이 선다.
한경연은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향후 납부할 보험료는 늘어나고 수령할 보험금은 줄어들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주택가격 상승이다. KB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20년) 전국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 상승률은 연평균 7.4%에 달하고, 특히 서울은 연평균 12.9% 올랐다.
한경연은 근로자가 서울 중위가격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21.8년간(2020년 근로자 임금 352만7000원 기준) 모아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집 없는 성실 근로자들의 근로 의욕 저하를 우려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최근 주택가격 상승,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으로 성실하게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다"며 "정부가 정책 추진에 있어 성실근로자들의 근로의욕 저하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세심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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