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 만난 한 면세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코로나19에 국내 면세업계는 여전히 캄캄한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하늘길이 막히며 인천국제공항의 지난해 이용객 수는 1195만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국내 면세점 방문객 수 역시 지난 1월 40만 명 아래로 떨어지며 코로나19 사태 이래 최저치를 갈아 치웠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소식에 기지개를 펴는 타 업종과 달리 면세업계는 여전히 회복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휴업상태나 다름없는 면세점들은 문을 닫거나 근로자 휴직에 들어갔다. 몇 년 전만해도 업계의 ‘꿈의 무대’로 불리며 치열한 입찰 경쟁이 펼쳐졌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주인을 찾지 못해 세 차례나 유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물론 정부는 면세업계의 지원을 위해 여러 대책을 시행해 왔다. 판매가 묶였던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를 허용하는가 하면 공항 임대료의 추가 할인도 진행했다. 면세점 특허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춰주는 등의 지원도 이어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색내기’ 정책이란 시각도 적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여행 업태 자체가 붕괴한 상황에서 임시방편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이후까지 생각하는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업계에서는 면세점 구매 한도 인상과 특허수수료의 특혜성 감면이 아니라 전면 감면 등 장기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과거 국내 면세업 성장세가 가파를 당시의 인식으론 미래를 대비하기 어렵다는 우려다. 특히 바로 옆 중국이 코로나19를 기회로 면세 산업을 무섭게 키우며 국내 면세업계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면세업계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사이 CDFG(China Duty Free Group)는 스위스 듀프리를 제치고 세계 면세점 1위로 올라섰다. 영국의 면세전문지 무디데이빗리포트에 따르면 CDFG는 지난해 상반기 매출 28억5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2위와 3위였던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 각각 3위, 5위로 순위가 밀려났다.
중국은 자국민의 해외 소비로 인한 국부 유출을 막기 위해 하이난성을 면세 특구로 지정하고 대대적 지원을 쏟고 있다. 내국인의 연간 면세 한도를 기존 3만위안에서 10만위안으로 올리는 등 규제도 풀어줬다. 한국으로 몰려오던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은 이젠 하이난으로 발길을 돌려 면세 쇼핑을 하고 있다.
국내 면세업계의 영광은 코로나19가 종식한다 해도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 국내 면세점들이 ‘지원’이 아닌 ‘전략’과 ‘대책’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다. 국내 면세산업의 규모는 경쟁력 약화와 코로나19로 계속 위축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5조5051억원으로 전년(24조8000억원) 대비 38% 감소했다.
면세업은 국가 정책과 긴밀히 연결된 특허·임대사업이다. 결국 정부가 업계의 명운을 쥐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임시방편이 아닌 코로나19 이후까지 내다본 긴 호흡의 대책으로 업계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 지난날의 영광이 빛바랜 추억으로 끝나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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