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는 그러나 '어불성설'이라며 반발했다. 노동계는 "운전자에게 교통사고 의무 교육을 하는데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은 아이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말과 다름이 없다"며 "종사자 책임을 운운하려면 기업이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면 되는 것이지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14일 매출액 상위 1000대 비금융기업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 및 개정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100개 가운데 56%가 중대재해법 시행 전 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발표했다.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로는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책임범위를 넘어선 의무 규정'이 29.0%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의무가 모호해 현장에서 법 준수가 어려움이 24.7%,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조항 부재가 19.8% 등 순이었다.
법 개정의 우선순위로는 '명확한 안전보건의무 규정 마련이 37.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부과가 21.9%로 두 번째였다.
중대해재처벌법이 산업재해 감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37%가 긍정적으로 응답한 반면 별다른 효과가 없거나(45%) 부정적(18%)이라는 응답이 63%에 달했다. 한경연 측은 다수 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산업재해 감소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으로 답한 이유에 대해서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규정 부재'가 31.7%로 가장 많았다. 특히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에 대해서는 제재규정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92%(매우 필요 40%, 다소 필요 52%)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망사고 시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징역형 하한규정(1년 이상 징역)은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은 60%였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산업재해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처벌 강화로 예방하기 어렵다"며 "산업안전시스템을 정비해 예방에 주력하는 동시에 기업 활동 위축이 우려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정비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국내 6곳 경제단체는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건의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들 단체는 건의서에서 "법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 재개정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경영책임자 역할의 한정적 규정, 종사자 과실이 명백한 산재에 대한 경영자 처벌 면책 등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경제계의 이런 주장에 노동계는 중대재해법의 핵심 취지는 법 강화를 통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산업재해와 산재사망의 대한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겠다는 의중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미명아래 보완입법을 우선 추진한다"며 "시행령으로 위임된 직업성 질병 범위, 경영책임자 의무 등을 매우 한정적으로 제한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경총 등이)제출한 건의서는 직업성 질병 기준, 질병 범위 등에 대해 한마디로 책임은 피하고 혹시라도 문제가 될 사항이 있다면 최대한 시간을 끌고 보자는 꼼수로 채워져 있다"고 지적했다.
민노총은 "더불어 종사자 과실이 명백하면 경영책임자 처벌 면책 조항 등을 요구하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가 산재사망은 기업의 구조적, 조직적 범죄라는 시대적 인식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윤만 취하고 사업장 안전은 책임지지 않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노동계 관계자는 "법은 위험에서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려는 예방이 가능토록 하자는 취지다. 그간 작업현장에서 사고 발생 시 사업주의 처벌은 경미했다. 산재 발생에 따라 내는 벌금으로 노동자 생명을 가벼이 여겨 왔다"고 강조하면서 "또 다시 '작업자 과실'을 꺼내 들며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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