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는 22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지 3개월만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충수염으로 수술을 받은 이 부회장은 수척해진 얼굴로 법정에 출석했다. 검은색 정장에 흰색 와이셔츠를 입은 이 부회장은 재판장 인정신문에 자리에서 일어서며 답했다. 그러자 재판장은 앉아서 답해도 된다고 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5분부터 검찰의 공소사실 진술로 첫 공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지난번 준비기일 때 변호인은 검찰이 경영권승계와 지배력 강화 등 합병목적 자체를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은 승계목적 달성을 위해 벌인 위법행위와 허위정보 제공 등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이 사건 합병이 승계 목적임을 명확히 했다"며 "합병의 목적은 최소 비용으로 이 부회장의 승계와 지배력 강화이고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을 통해 구 삼성물산 주주들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기회와 검토 가능성마저 박탈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삼성이 지난 2012년 작성한 '프로젝트 G' 문건으로 회사가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을 미리 마련했고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작업을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 불법 로비, 중요 정보 은폐 등 화사 차원의 위법행위가 있었고 이 부회장이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합병비율로 약 4조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이 부회장에게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이같은 주장에 합병은 법령상 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일부 주주들이 합병 저지 등을 위해 소송 제기 등으로 합병 비율을 문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주장은 합병 목적이 오로지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주장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구 삼성물산은 성장 돌파구가 필요했고 구 제일모직도 성장이 필요했다. (삼성)물산의 경영권 안정화도 필요한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병으로 (삼성)물산 경영권이 안정화 됐고 이는 주주에게도 이익"이라며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도 감소(10개에서 7개로 감소)하고 지금은 완전히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특히 "법원도 경영상 합목적성을 인정했고 경영 안정화 효과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승계 목적이 있었다 해도 합병이 부당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투자자 기망 주장에 대해 변호인단은 "기망한 사실이 전혀 없고 지배구조 변동(에 대해) 있는 그대로 공시하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합병으로 인한 지배구조 변화를 언급했다"고 받아쳤다. 합병으로 인한 지배구조 변화는 숨길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변호인단은 "검찰은 이 부회장이 비용 없이 (삼성)물산 최대대주주로 올라섰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제일)모직 지분율 23.2%였다가 통합 후 물산 지분율은 16.5%로 줄었다. 대가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 비율과 시점에 대해서 변호인단은 "합병비율은 지본시장법상 객관적인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것"이라며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시민단체가 합병비율 조작으로 고발하고 검찰도 의심을 갖고 수사 했지만 공소사실에 그런 내용이 하나도 포함 안 되고 의혹만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와 검찰이 애초 생각했던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장 중 '물산 저평가, 모직 고평가' 표현에 대해 변호인단은 "합병 시점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고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이었다는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모직 고평가 논란은 바이오 산업에 대한 기대로 (제일)모직의 가치가 높았다. 지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총 6위다. 기관 투자자들은(국민연금 등) 순매수했고, (삼성)물산 저평가 논란과 관련해서는 구 (삼성)물산, 포스코, 현대차 등의 주가가 순자산가치를 하회했다. 주요 건설사도 그랬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삼성)물산은 맨날 저평가여야 한다"고 받아쳤다.
또 증권사 목표 주가가 높아 저평가라는 주장도 틀렸다고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실제 주가와 목표주가는 다르다. 합병이후 건설업종 지수 추이를 보면 25.7% 하락, 종합지수는 28.1%상승했다"며 "합병시점 그 이상으로 (삼성)물산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의문이다. 따라서 시점 논란은 무의미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합병시점을 모색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은 악재가 있었고 (제일)모직은 호재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시점을 모색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의 할인 할증 주장에 대해선 "시장 주가는 기업의 객관적 가치가 반영돼 형성되는 것이다. 주식의 공정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주가를 배척하거나 다른 요소를 고려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상장법인 합병 139건에서 할인, 할증을 적용한 사례는 없고 비율은 주가를 기준으로 정해야하고 합병 비율은 할인할증 적용사례가 없다고 변호인단은 밝혔다.
합병 검토 주체에 대해서는 "미전실(미래전략실)은 대주주만을 위한 조직 아니다. 검사님 시각들은 치우쳤다"고 지적하면서 "정부나 시장도 그룹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전실이 합병 검토한 것이 진짜 문제인가에 대해서는 순환출자 해소 등 지속 점검이 필요하고 기업집단 현실을 인정해야한다. 합병은 미전실 일방적 결정이 아니다"고 입장을 표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 11명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만기 출소는 내년 7월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해 6월 법원에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이 부회장 측이 요청한 수사심의위에서 수사 중단과 함께 불기소 권고 결정이 내려졌고,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후 경영학과 회계학 등 전문 분야의 교수들을 불러 수사에 대한 의견을 들은 후 구속 영장 청구 기각 3개월 후인 9월 이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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