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외국인이 연초 이후 국내 주식을 9조원 이상 매도하고, 채권은 대거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식시장에서는 그동안의 가파른 상승분에 대한 차익실현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매물이 쏟아졌다. 채권시장에서는 높은 금리와 코로나19 속에서도 안정적인 펀더멘탈을 입증해내 투자 매력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4월 말까지 국내주식을 9조3000억원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높은 주식 매도세의 주 원인을 차익실현과 금리 상승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일평균 2545p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지난 4월 말까지 일평균 3095p의 가파른 상승 양상을 보였다. 높은 상승세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양상이다. 또 미국 장기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0.91%에서 지난 1월 말 1.07%, 지난달 말 1.63%로 지속적인 상승세를 탔다.
외인은 주식을 대거 매도한 반면, 국내채권은 22조60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년 채권 투자액인 24조7000억원에 근접한 대규모 순투자다. 지난 2월 9조원에 이어 지난 3월 9조1000억원으로 연이어 역대 월 기준 최대 순투자액을 경신했다. 월별 기준 직전 역대 최대 순투자 규모는 지난해 4월 7조4000억원이다.
채권 보유 잔액도 지난달 말 기준 174조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상장채권 잔액의 8.1%에 달하는 규모다. 국내 채권시장 성장과 함께 외국인의 보유 잔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상장채권 잔액은 지난 2010년 말 기준 1121조원에서 지난달 말 2159조원으로 9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보유 잔액도 75조원에서 174조원으로 133% 급증한 양상을 보였다.
연초 이후 외인의 채권 순투자가 급증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와 안정적인 펀더멘탈, 단기채 투자 차익거래 유인이 지속되는 점 등이 꼽힌다. 금리 측면에서는 지난해 말 이후 미국 장기국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글로벌 장기금리가 전반적 상승세를 탔다. 그 중에서도 국내 국채10년물 금리는 지난 4월말 기준 2.13%로 동일 신용등급(S&P 기준 AA)인 홍콩(1.16)과 대만(0.40), 영국(0.84), 프랑스(0.09) 등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했다.
또 글로벌 주요국 대비 코로나19 감염 피해가 적어 경제·금융 측면에서 충격이 덜했다. 안정적 펀더멘탈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도 1.6%로 수출과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이 회복됨녀서 전분기 대비 0.4p% 상승하는 등 올해 중 빠른 경제회복이 전망되는 상황이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말 기준 28bp까지 축소되었던 차익거래유인이 연초이후 일평균 40bp 내외로 확대·지속되면서 3년 미만 단기채권에 대한 순투자가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펀더멘털이 양호하고, 채권시장 규모·유동성·인프라가 우수하여 외국인 채권 자금이 단기간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미국 금리 상승 가속화, 조기 테이퍼링 등 대외요인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및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유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권 만기도래 상황, 금융시장 동향 등을 면밀히 파악하면서, 급격한 단기 자금유출 및 이에 따른 자본시장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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