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작됐던 밈 주식(Meme Stock) 열풍이 국내에도 번진 양상이다. MZ세대가 밈 주식에 열광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밈 주식 별명을 얻은 종목들이 단기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밈 주식이 대체 무엇인지 먼저 짚어본다. 밈 주식이란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만들어낸 개념인 밈과 주식을 합친 용어다. 소셜미디어(SNS)나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서 입소문을 타고 오르는 종목이 밈 주식이다. 대표적인 밈 주식으로 꼽히는 것은 지난 2월 개인 투자자들과 헤지펀드 사이에 공매도 전쟁이 벌어지면서 매개체가 됐던 ‘게임스탑’과 영화관 체인 기업 ‘AMC’ 등이다.
밈 주식 투자 행태를 요약하면 단순히 유행을 좇아 폭등을 기대하고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유튜브나 트위터 등을 타고 밈 주식으로 분류되면 개인 투자자들이 묻지 마 매수에 나선다. 여기에 기업 가치나 실적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고객이 대폭 줄어 파산 위기까지 갔던 AMC 주가가 폭등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일견 유쾌할지 몰라도 밈 주식 투자는 결코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다. 주식투자의 기본인 ‘가치투자’의 기반에는 합리적인 기대가 있다. 그러나 유행과 재미를 기반으로 하는 밈 투자는 비합리성의 극치다. 주식을 활용해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행위다. 이런 투자 경향이 더 확대되면 시장만 오염될 뿐이다.
밈 주식 열풍을 MZ세대가 주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더 입이 쓰다. MZ세대는 극심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세대보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들처럼 살 수는 없다. 부모들이 타고 오르던 계층이동 사다리는 부서진 지 오래다. 상대적 빈곤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만이 남은 세대다. 일자리도, 결혼도, 노후도 모두 불안정하다. 아등바등해도 좀처럼 달라질 것 같지 않은 삶. 그런 MZ세대가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폭등하는 밈 주식인 것이다. 아무리 위험할지라도 삶이 달라질 기회가 있지 않은가.
그러나 밈 주식 열풍의 끝은 결국 손실일 수밖에 없다. 밈이라는 수식어와 재미를 걷어내고 나면 비이성적 주가 과열만 남는다. 과열된 주가가 내려앉을 때에 누군가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위태로운 사다리일지언정 잡아보려다가 쥐고 있던 것 마저 다 잃은 누군가의 곡성이 들리는 듯하다. 밈 주식을 마냥 재미있게 보도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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