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쿠키뉴스] 최문갑 기자 = 코로나19에 맞서는 인류가 애처롭기조차 하다. 인류가 이런 저런 백신으로 코로나19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 진단기술 분야 과학자가 과학적인 관점에서 인류를 위협해 온 여러 감염병의 원인과 발병, 그리고 예방과 치료를 위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를 소개하는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감염병과의 위험한 동거(김영호 지음, 지성사)’가 바로 그 책이다.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21세기 감염병’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바이러스와 세균 등 감염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과학적으로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 미래 지향적인 시각으로 조망하는 과학 교양서다. 일반인-청소년이 이해하기 쉽게 전문적인 용어 등을 풀어쓰고, 코로나19 관련 지도와 사진 등 자료도 덧붙였다. 저자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편집자]
▲ 코로나19가 유난히 전염력이 강한 것 같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 코로나19 환자가 바이러스를 많이 생성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몸의 세포에 더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몸의 세포 속으로 침투하려면 먼저 바이러스가 세포 표면에 달라 붙어야 한다. 이때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람 세포의 세포막 수용체(ACE2)와 결합함으로써 부착이 일어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사스 바이러스의 단백질보다 20배나 사람 세포에 더 잘 결합한다.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만큼 전염력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
▲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변이가 쉬운 점이 위협적이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로 DNA가 아닌 RNA를 가지고 있어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비롯한 여러 동물과 식물의 유전 정보는 세포 속 DNA에 들어 있다. 그런데 일부 바이러스는 DNA가 아닌 RNA에 유전 정보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RNA에 유전 정보가 있으면 숙주 세포 속에서 복제하기 위해 먼저 RNA를 DNA로 바꿔주는 역전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 코로나19는 박쥐와 연관된 인수 감염병인가?
- 야생동물에 의한 인수 공통 감염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에이즈, 스페인독감,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이다. 에이즈라고 부르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HIV/AIDS)은 1980년대 고등 유인원에서 사람에게 바이러스가 옮겨와 발병했다. 2009년 신종플루는 돼지에서 사람에게로 바이러스가 옮겨와 발생한 감염병이다. 사스는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로 왔고, 메르스는 박쥐의 바이러스가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로 와서 병을 일으켰다. 에볼라 바이러스병은 박쥐에서 사람에게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원숭이에서 모기를 거쳐 사람에게로 옮겨와 병을 일으켰다. 코로나19도 박쥐에 있던 바이러스가 매개 동물을 통해 사람에게 옮겨와 병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1300년대 유럽과 아시아를 휩쓴 흑사병의 성격은 무엇인가?
- 원래 흑사병은 쥐와 같은 설치류 사이에서 유행하던 중국의 풍토병이었다. 몽골 제국이 중국의 금나라와 남송을 정복하던 시기에 사람들이 야생 쥐를 잡아 먹으면서 쥐의 몸에 있던 페스트균이 사람에게 옮겨와 흑사병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사람에게 옮겨온 흑사병은 몽골 제국의 군대가 유럽을 침략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동서양의 무역 통로였던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 미국 의회는 생물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나라로 러시아, 이란, 북한 등 9개국을 거론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36~1945년 일본 731부대에서는 3,000명 정도를 대상으로 페스트, 콜레라 등 여러 바이러스를 투여한 인체 실험을 진행했다. 1942년 옛 소련은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독일군 진영에 야토병균을 살포한 것으로 추정한다. 1942년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스코틀랜드 그뤼나드섬에서 탄저균 폭탄 실험을 진행했고, 이후 50년간 섬이 폐쇄되었다. 1979년 옛 소련 스베르들로프스크의 생화학무기 시설에서는 탄저균이 누출되어 인근 주민 6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80년대 초 미국은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에 탄저균-클로스트리디움균 등을 지원했다.
▲ 1910년대 스페인독감은 젊은 청년층의 사망자를 특히 많이 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 스페인독감으로 인한 젊은 청년층 희생이 다른 질환에 비해 높았던 이유는 지금과 같은 독감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었던 게 1차 원인이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수많은 젊은 청년이 전쟁터에서 건강이 악화,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감염 방지를 위한 개인위생 관리나 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스페인독감이 유행하던 1918년, 1919년 당시 전 세계 인구는 약 16억 명이었고, 그 중 5억 명 정도가 감염되었다. 사망자도 적게는 2500만 명에서 많게는 1억 명으로 추산한다.
▲ 감염병과 지구환경 간 연관성을 뭐라고 할 수 있는지?
- 지구환경을 지키는 실천이 숲 속 동물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 생태계의 변화도 인수 공통감염병이 증가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지구가 전체적으로 예전보다 따뜻해지고 비가 많이 오는 기후로 변함에 따라 모기와 같은 병을 옮기는 동물이 늘어나고, 숲이나 바다의 많은 생물의 환경이 변했다. 이에 따라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를 가진 야생동물이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전달하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매개 동물이 사람과 접촉하는 일이 더욱 빈번해졌다. 이와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지구 환경을 보호하는 실천이 숲속의 동물뿐 아니라 인류의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지난해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창궐하던 당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책임연구원으로 일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 중 하나가 "코로나19의 무서움을 현장에서 체험한 것"이라고 전했다. 저자는 이 시대 인류가 당면한 메가트렌드 두 가지로 '4차산업혁명'과 '신종 감염병 유행'이라고 들고 "인류가 협력하고 지혜를 발휘해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무겁다"고 말했다.
저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경북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및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어번대학교 등에서 연구했다. 최근 10년 가까이 경북대학교에서 연구교수 및 겸임교수로 근무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 및 대구광역시 의료기기 기획위원PM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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