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3명만 나와도 사업주 처벌..."이대로 가다간 범죄자"

열사병 3명만 나와도 사업주 처벌..."이대로 가다간 범죄자"

경총, 중대재해법 시행령 긴급 대책회의···보완입법 반드시 추진
회의 결과 및 산업계 의견 담은 경제계 공동건의서 정부에 제출

기사승인 2021-07-14 16:45:58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노동계.(사진=쿠키뉴스 DB)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경제계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에 대해 '보완입법'의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초 중대재해법이 제정된 이후 시행령 제정에 앞서 경제계가 제기한 쟁점들을 정부가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4일 주요기업 안전·보건 관계자와 업종별 협회가 참석한 가운데 '중대재해법 시행령 관련 산업계 긴급 대책회의'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조선, 자동차, 타이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건설,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주요 업종의 안전보건 관계자가 참석했다.

앞서 정부는 9일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일자는 내년 1월 27일이다.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에는 대표이사 등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인력과 예산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동자 사망, 질병 등 중대 재해가 발생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경제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경제계가 지속해서 제기했던 쟁점들이 해소되지 않은 채 시행령 제정(안)이 마련됐다"며 "연내 보완입법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로 시행령이 제정될 경우 사고발생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법률(중대재해법)상 모호했던 경영책임자 의무가 시행령에서조차 매우 불명확해 어느 범위(수준)까지 의무를 이해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합리적인 법령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건설업, 자동차·타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 건설, 정유 등 5개 업종별로 나눠 우려 사항을 논의했다. 

조선·건설업계는 직업성 질병 목록에 규정된 열사병에 대해 "사업주의 다양한 보건관리조치에도 불구하고 여름철에는 필수적으로 열사병 환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중증도(부상자와 같은 6개월 이상 치료)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대표이사가 매해 수사 및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동차·타이어 업종에서는 "시행령 제정(안)은 원청의 책임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아 사업장 내 모든 제3자의 종사자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정부가 해석이나 가이드라인 만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은 형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외부 공사업체에 건물, 설비, 도로 등 시설물 유지 공사를 맡기고 있는 A기업 내에서 외부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중대재해법 상 A기업의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업종은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원료 또는 제조물 목록 중 포괄규정이 도입될 경우, 경영책임자가 관리해야 할 원료 및 제조물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해진다"며 "시민재해 발생 시 법적용 대상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종은 "경영책임자 의무 중 전담조직 설치 요건인 시공능력 평가 순위 200위 이내 건설업체의 대부분은 중소규모에 해당된다"며 "정부가 건설산업 환경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시행령 제정(안)을 마련한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유업종에서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공중이용시설에 주유소와 가스충전소를 포함시키면서, 단순히 면적으로 적용대상을 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업장 내 유휴부지나 임대(음식점, 편의점 등)공간은 별도의 사업자가 관할하고 있는 만큼 적용기준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경총은 대책회의 결과와 산업계 의견을 종합한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정부부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입법예고된 시행령 제정(안)으로는 내년 법 시행 시 발생할 수 있는 현장의 혼란과 부작용을 해소하기 어렵다"며 "개인 부주의 등 다른 원인에 의해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처벌 받지 않도록 법률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어 "경영책임자 범위, 도급인의 책임범위 등이 구체화할 수 있도록 연내에 보완입법이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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