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중앙당윤리심판원은 12일 제5차 회의를 열고 양향자 의원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윤리심판원 측은 ‘성폭력 관련 내용이 없었다’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고 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피해자에게 취업알선을 제안함으로써 회유를 시도한 것도 이유로 들었다.
쿠키뉴스는 지난달 22일과 28일 양 의원과 관련한 의혹을 두 차례 단독으로 보도했다. 당시 양 의원은 사촌동생이자 지역사무실 회계책임자인 50대 직원 A씨가 의원실 내 부하 직원을 수차례 성추행‧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지난 22일이었다. 양 의원과 전화 연결이 됐다. 해당 통화에 소요된 시간은 단 1분15초. 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혹은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등으로 여러 차례 부인했다.
그는 해명 과정에서 불현듯 이해하기 힘든 말을 먼저 꺼냈다. 양 의원은 이날 뜬금없이 ‘선거’를 언급했다. 당시 양 의원은 “왜 (지라시가) 도는지 알 것 같다. 선거 과정에서 그런 일들이 있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고 해명했다.
곧바로 진위 여부 파악에 들어갔다. 취재원들은 해당 해명과 관련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응했다. 복수로 확인한 결과 지역 정가에서는 양 의원이 무난하게 해당 지역에서 공천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경선을 어렵사리 통과한 다른 광주지역의 상황과는 사뭇 달랐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양 의원에게 수차례 연락했다. 그는 전화를 전혀 받지 않았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통해 커리어를 쌓아 정치권에 들어오는 인재들이 많다. 그러나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위험하다. 물론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죄론을 믿는 일부 종교에서는 사람을 항상 반성하고 회개해야 하는 존재로 묘사하고는 한다.
양 의원은 윤리심판원 결과 발표 이후 탈당계를 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영입 인재로 여당 내에서 승승장구하던 그가 대선 출마를 준비 중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유리천장을 깨겠다”고 정치에 도전장을 낸 한 의원의 꿈은 단 ‘1분15초’만에 무너졌다. 오히려 이제는 앞으로의 정치 생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자신의 커리어마저도 통째로 부정당할 위기다.
전화를 받지 않았던 그에게 이제야 다시 묻고 싶게 생겼다. 후회하는 장면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생각해보니 답변 선택지는 두 개다. ‘그때 그 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고 할까. 아니면 사건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반성하고 있을까. 진실은 이제 본인만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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