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이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연일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00명을 넘어서고 있고, 거리두기 4단계 격상으로 학교는 다시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3 자녀를 둔 지인들은 요즘 매일 한숨이다.
얼마 전 만난 학부모 김모씨(52·여)는 마치 본인이 고3인 듯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는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 장사는 잘 안되고, 수능은 다가오고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며 "수험생이 집에 있으니 최대한 조용히 하고 부딪히지 않으려 조심한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11월18일 치러지는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불과 116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 그러나 지난 7일부터 일일 확진자는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고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는 최고 수준인 4단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 여파로 수도권 학교는 교문을 다시 닫은 상황이니 부모 속은 끓을 수밖에 없다.
고3 남동생을 둔 이모씨(26)의 상황도 마찬가지. 이씨는 동생이 최근 교내 확진자 발생으로 자가격리 중이라고 밝히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학교와 학원 모두 대면수업을 하다 안 하다 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이 와중에 (동생이) 자가격리까지 되니 마음만 더 답답하고 심란하다. 차라리 계속 비대면 수업을 했던 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고 토로했다.
엄마, 아빠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혹시 모를 감염을 막기 위해 "회사에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친정(시댁) 안 간지 오래" "집에서도 마스크를 쓴다" 등 글을 올린 학부모들은 이걸로도 부족한지 "고3 아이를 위해 어떻게 해줘야 하나"라고 질문했다.
이런 걱정과 달리 정작 올해 수능을 치를 자녀들은 오히려 덤덤해 보인다. 이미 지난해 코로나 속 수능을 간접적으로 지켜본 경험이 있는 수험생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등 낮 최고기온이 36도까지 올라간 21일 오전 찾은 경기도의 한 학원가의 모습은 코로나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다란 가방을 멘 학생들이 한 손엔 수능 문제집이나 기출문제 인쇄물을 들고 길거리를 걷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스터디 카페를 찾은 수험생도 많았다. 고3 학생의 근처 좌석에 앉아 일을 해봤는데 작년부터 계속 써 익숙한 마스크였지만 너무 더운 날씨 탓에 금세 마스크 안에 땀이 찼고 숨 쉬기고 답답했다. 같은 상황에서도 오랜 시간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
실제 고3 이모(19)군은 "오히려 지금 상황이 공부하기 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해 큰 불편함은 없다"면서 "집에서 공부에 집중이 안될 땐 스터디 카페나 카페를 가는데 방역조치로 오후 10시까지밖에 안한다는 점만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3 학생인 최모(19)군도 "(코로나 감염 우려 때문에) 거의 집에서만 공부하고 있다"며 집을 제외한 다른 공간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불편한 것 빼곤 괜찮다고 전했다.
백신 1차 접종까지 마친 학생들은 코로나 사태보다 오히려 슬럼프가 더 고민이라고 입을 모은다. 수능 대비 6월 모의평가 이후인 7~8월은 수험생이 취약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면서 학습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자 많은 학생들이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고3 수험생 유모(19)군은 "3일 정도 유튜브 등을 보면서 쉬었는데 오랜만에 공부를 하려니까 집중이 되지 않는다"며 "여름방학이 굉장히 중요하다던데 원하는 대로 점수는 안 나오고, 공부는 안되고 힘들다"고 말했다.
고3 자녀를 둔 한 엄마는 "등교할 때는 문제 없었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많이 늦어졌고 누워만 있는 시간이 늘었다"고 걱정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유튜브 대전진로진학지원센터TV '교실로 찾아가는 대입정보소식지'를 통해 슬럼프 원인으로 △체력 저하 △정신적인 피로 △자신감 하락 등을 꼽았다. 원인을 알아야 슬럼프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슬럼프 극복에 대한 방법으로 '공부의신' 강성태 공신닷컴 대표는 고3 수험생을 향한 응원과 믿음을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꼭 봐야 할 영상'이란 제목의 게시물을 통해 "인간은 학습하면 누구나 정체 구간을 겪는다"며 고원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성과가 없어 보이더라도 정체 구간을 잘 버텨내면 가장 급격히 상승하는 구간이 온다는 것이다.
강성태는 "공부를 하면서 당장 성과가 안 나오는 게 당연하다"며 "그러니 포기하면 안 된다. 정체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으며 포기하지 않는 학생은 공신이 된다. (상승 구간까지) '넌 할 수 있다' '버티면 된다' 등 주변에서 믿음을 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음이 편해야 공부에도 전념할 수 있다. 코로나, 무더위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고3 수험생들에 필요한 건 주변 사람들의 격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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