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문한 파주 윤미농원. 1800평(약 5950㎡) 크기 온실에 애플망고 나무 1000여 그루가 자란다. 주먹만 한 애플망고가 여기저기 열려있다. 한국인지 태국인지 헷갈릴 정도다. 매년 수확량은 6톤(t)이다. 초록색 과실이 자줏빛을 띠면 익었다는 뜻이다.
애플망고 재배 관건은 온도다. 섭씨 15도에서 30도가 최적이다. 최근 여름철 날씨는 온대가 아닌 아열대에 가까워졌다. 애플망고 농사에 알맞은 환경이다. 주목할 점은 봄, 가을에도 난방을 하지 않는 날이 늘었다는 것이다. 임윤재 윤미농원 대표는 “이제 4~9월은 난방이 필요하지 않다”면서 “온난화 때문인지 매년 난방비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고 말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열대 작물 21종 재배 면적은 294.6ha(헥타아르, 1ha=1만㎡)다. 총생산량은 4904.95t이다. 아열대 과수 10종의 재배 면적은 171.3ha다. 품목별로는 망고·백향과(패션프루트)·올리브·바나나·파파야 순이다.
재배 면적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아열대 과일 재배 면적은 지난 2010년 33.9ha에서 2014년 58ha, 2020년 171.3ha로 집계됐다. 2010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아열대 과일을 가장 많이 재배하는 지역은 어디일까.
지난해 처음으로 전라남도가 제주를 뛰어넘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전남의 재배 면적은 56.3ha, 제주가 53.3ha다. 2019년까지는 제주가 1위였다. 지난해 전남 올리브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온난화 영향은 노지에서 자라는 사과 재배지 변동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강원도 노지 사과 재배 면적은 지난 2007년 114ha에서 올해 1610ha를 기록했다. 유엔 국제기후변화위원회(UN IPCC) 보고서 역시 2100년에는 사과가 한반도 백두대간 일부 지역에서만 자라는 작물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과뿐만 아니다. 강원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2000년 7461ha에서 지난 2019년 4597ha로 떨어졌다.
환경부와 기상청이 지난해 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한반도 기온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보다 2배 정도 빠르다. 지난 100여년 동안 전지구 평균 온도는 0.85도 상승했다. 한국은 약 1.8도 올랐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지난 2018년 내놓은 ‘한반도 100년 기후변화’에 따르면 현재 추세라면 강원 산간을 제외한 한국 대부분이 21세기 후반 아열대 기후가 될 전망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임찬규 박사는 “한반도 아열대 작물 재배 면적은 빠르게 늘고 있다. 앞으로도 증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아열대 기후가 되면 사과와 고랭지 배추 등 작물은 생산량이 줄어드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또 “기온 상승으로 쌀도 고온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으로 대체 되거나 동남아 국가들처럼 수확 횟수가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병해충 피해도 늘어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열대 작물 재배 증가는 기후변화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소비자 입맛 변화, 지자체 지원 강화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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