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분야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9년부터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해오고 있다. 현재까지 총 153건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규제 면제 혜택을 받았다.샌드박스 특례를 타고 성장해 시장의 업무 관행과 환경을 바꿔놓고 있는 금융 핀테크 기업들을 쿠키뉴스가 만나봤다.
[K-혁신금융①] 불법 공매도 원천 차단…수기거래 타파하는 금융 스타트업 '트루테크놀로지스'
트루테크놀로지스는 국내 최초로 전산화 방식의 대차거래계약 체결 및 저장을 돕는 전자정보처리장치 ‘트루웹’을 출시한 금융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 트레이더 하재우 대표이사와 개발자 제임스 메시, 마틴 키즈가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국 상장사 IHS 마킷의 대차 거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다.
없는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가 벌어지는 원인 중에는 수기거래가 있다. 채팅이나 전화로 거래를 확정하고 사람이 직접 내용을 시스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골드만삭스의 156개 종목 무차입 공매도 사태도 이같은 수기 방식의 문제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루웹 서비스는 공매도 주식을 알아보는 단계부터 협의, 확정, 입력 등 모든 기록이 전산상에 기록될 수 있도록 한다. 대차 거래의 전 과정이 전산으로 이루어지기에 무차입 공매도가 벌어질 여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람의 실수가 개입할 여지가 사라지고, 수천 개 이상의 종목에 대한 대차거래가 빠르고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트루테크 하재우 대표는 “수기 방식은 비효율적이고 오류가 많을 뿐 아니라 막대한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모든 시장 참여자가 전산화 서비스에 참여하도록 바꿔나가야 한다”며 “분·초를 다투는 주식시장에서 수많은 차입·대여 요청을 사람이 감당하기는 벅차다. 기관에게 수기 방식은 큰 기회비용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루테크는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들이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 않도록 함은 물론, 효율적이고 안전한 방식으로 보다 많은 수익을 얻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부터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대차거래정보 전산보관이 의무화되면서 트루테크의 서비스는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당국 지침에 발맞추기 위해 트루웹을 찾는 회사들이 늘었다. 현재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기관, 홍콩과 대만 소재 외국 기관 등 총 25개사와 계약을 맺은 상태다. 지난 6월 말에는 서비스의 성장성을 인정받아 국내 유수의 금융기관들로부터 35억원의 투자유치도 받았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트루테크의 고성장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지원이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트루테크의 증권대차거래 업무 자동화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 대차거래나 중개 업무 등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투자업 인가 및 겸영업무 사전신고가 필요하다. 트루테크는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되면서 금융투자업 관련 인가를 받지 않았음에도 증권대차 중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받게 됐다.
하재우 대표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국내에서 최초로 ‘대차거래 전산화 서비스’를 출시하게 된 것은 물론, 외국인을 포함한 다수의 기관을 대상으로 무차입공매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혁신성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중소기술기업이 공매도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게 된 것은 금융당국의 도움이 컸다. 당국의 혁신금융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렵게 기회가 주어진 만큼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보탬이 되는 서비스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ysyu1015@kukinews.com